▲ 김은진 원광대학교 /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결국 달걀을 수입한다. 3천만 마리 이상의 닭을 살처분하고 설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난 달걀을 수입한다. 거의 매년 축산업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 돼지, 닭이 번갈아가면서 살처분되고 있다. 정부는 그때마다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하지만 살처분 외의 다른 대책을 본 적이 없다. 다른 대책이 있었다면 이렇게 살처분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처분 후에 따르는 것은 당연히 수입이다. 정부는 항상 수입을 결정하면서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수입을 해서라도 고기와 달걀을 먹어야겠다일까?

이렇게 고기와 달걀 소비가 늘어난 것은 불과 20년 정도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흔히 소득수준이 높아져서라고 말한다. 지난 20년 우리는 정말 소득수준이 높아졌나? 개인적으로 높아진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 국민이 그렇게 느끼기에는 턱도 없다. 수치로는 높아졌지만 부의 재분배에서의 불공평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기와 달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90년대 들어서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이야기하면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 사람들은 유학파 학자들과 그 학자들로부터 서양식 학문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육식을 주로 하던 나라의 모든 이론을 국내에 그대로 들여온 탓이다. 그러나 서양사람들(특히 미국사람!)의 생활방식을 동경해 마지않는 무리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그만큼의 축산이 없던 그 당시 결국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하여 고기를 수입했다.

90년대 초 유럽에서 유전자조작한 성장호르몬으로 키운 소고기를 금지했다. 당시 축산에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도록 허용했던 미국은 이것을 무역장벽이라고,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려는 유럽의 핑계라고 주장하며 WTO에 제소까지 했다. WTO에서 몇 년이나 이 사건으로 싸우는 동안 유럽에 수출하지 못한 그 소고기들은 어찌되었을까? 그 소고기들 중 상당량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 LA갈비 열풍이 분 것은 그때이다. 무슨 모임만 있으면 먹었던 그 LA갈비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때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외에 그 많은 소고기들이 어디서 갑자기 생겨났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왜? 동물성 단백질이 있어야 아이들이 체력이 좋아지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WTO에서 유럽은 성장호르몬으로 키운 소고기를 먹었을 때 그 성장호르몬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쳐 성조숙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은 그런 유럽에게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마치 2008년 우리가 촛불을 들며 광우병을 걱정하던 시기에 미국이 우리에게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던지, 그렇지 못하면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것과 똑같다. 미국의 이 주장에 유럽과 우리나라는 어떻게 했을까? 유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텼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미국까지 가서 소고기 스테이크 먹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정부기관과 학자들은 꼭 이렇게 반문한다. 유럽은 식량자급률이 높으니까 그래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낮으니까 그렇게 못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고기를 이렇게 먹지 않았던 시절에는 식량자급률이 90%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고기를 얼마나 먹는 것이 적정량인가를 말해주는 사람도 없다. 육식을 하는 나라들이 그로 인한 각종 질병의 문제를 고민하며 채소의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고민하고, 우리나라의 전통적 밥상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고기를 먹어야 한다에 생각이 머물러 있다.

소, 돼지 닭을 죽이기 전에, 아니 한 번 그렇게 죽였으면 적어도 그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장식 축산, 밀집사육을 원인이라고 말하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면 지금 국민들이 먹는 고기가 적정량인지 과도하게 먹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하고 그에 맞게 축산을 조정했어야 옳다. 그랬다면 두 번째 살처분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수입이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달걀을 수입하는 대신, 국민들이 달걀을 조금 덜 먹고 닭을 키우는 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고 말하는 정부, 그런 정부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