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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등수국(숲 속의 가로등)[77호/5면/식품ㆍ건강/들꽃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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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7  19: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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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草 이권수
언제부터 이곳에서 살았을까? 울릉도의 역사 속엔 터주대감이 분명할진대 용케도 스스로를 절제해 모든 존재들과 함께 숲을 유지하고 있었다. 산속 작게 난 숲길에서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 보면 그 놈들을 볼 수가 있는데 장승 같은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 나무의 몸집을 부풀게 해놓고 꽃 뭉치를 내밀어 어두운 숲길에 하얗게 불빛을 내는 가로등 되어 있다.

6월이 되면 등수국 꽃대가 벌 나비를 유혹하려 하는데 어느 것이 꽃인지 어느 것이 잎인지 분간되지 않는 신기함을 본다. 그러나 이것이 수국나무집안의 유별난 특징이다. 꽃보다 꽃받침을 더 화려하게 치장 하여 많은 곤충들을 유혹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상을 속여서 나를 얻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유는 수국집안은 주로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좀더 크고, 좀더 화려하고, 좀더 환하게 하여 주위의 존재(꽃 수정을 위한 벌 나비 등)들을 유인하려는 것이다.
   
▲ 등수국의 꽃은 유혹하는 주위의 가짜 꽃이 더 화려하다
울릉도 내수전에서 정들포로 걸어서 가는 둘레길이 있다. 그 길은 울릉도의 옛길 중에 아직 포장되지 않은 채 산길형태로 남아있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이 길은 그리 험하지 않으며 또한 심심찮게 많은 식물들을 만나게도 하는 길이기에 울릉도를 느끼며 한번쯤은 걸어서 가 볼만한 최고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굽이굽이 돌아가며 오르는 길, 내리막길, 그리고 계곡도 보면서, 절벽도 보면서 또 낭떠러지도 만난다. 어둡고 평평한 길들이 굽이치는 곳에 다다라 한숨 돌려 땀이라도 한번 쯤 닦을 즈음이면 나무들 사이로 몸통에 푸른 옷을 걸친 나무들이 옆으로 줄지어 나선다. 그곳에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키 높은 나무가 넓은 잎사귀를 너풀거리며 섰다. 하얀 꽃대를 쭉~ 내밀며 가로등처럼 서있는 많은 무리, 드디어 등수국을 만난 것이다.

“알아야 면장 한다”라고 했던가? 등수국을 모르면 그들을 코앞에서 마주 하고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저 큰 나무에 짧은 가지들이 나와 있는 좀 이상한 나무만을 보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큰 나무뿐만이 아니라 큰 나무를 껴안은 덩굴나무가 한 몸이 된 채 서로 붙어 있었다는 것을 알아보아야 한다. 자연이 막 다가온 듯 크게 보일 것이고, 울창한 울릉도가 보일 것이고, 굽이도는 산길도 훤하게 보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 큰 나무위로 올라간 등수국들이 온 세상을 밝히려고 등불 같이 하얀 꽃망울을 막 터트렸기 때문일 것이다.
   
▲ 나무를 감고 있는 등수국
등수국은 울릉도의 식물을1 지키라는 불빛 같은 가르침을 품은듯하다. 그래서 그 밝음을 등불처럼 지켜 들고, 무리를 지어, 하늘로 오르는듯하다.

밤길을 가는 나그네에게는 등불이고 등대다. 아주 먼 옛적부터 밝힌 그 불빛이 한때는 우산국을 밝히는 불빛이 되었다가 작금에는 울릉도의 불빛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른 봄빛에 녹아나는 그 차가운 눈덩이 속에서도 촛불처럼 붉은 촉을 내어 밀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촉을 틔워 저 높은 곳에 가지를 뻗고 올라 하얗게 등 수국의 꽃을 피우리라! 뜨거운 생애를 환하게 보여 주리라!
등수국
   
눈 속에서도 오히려 촛불처럼 새순을 감춘 불꽃이 살아있다

-이권수-

등불이 있습니다

이다지도 차가운 겨울날

눈발 날려 수북이 쌓여가는 날에도

불꽃을 내리지 않고 속내를 태우고 있는

붉은 등불이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불꽃이 살아서

세찬바람 불어와도 흔들림 없습니다

땅속 깊이 품은 열망이

다시 태어나는 불꽃(燈) 되어 그 뜨거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저놈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모이고모여(等) 덩어리 되어

사방팔방 살피며 급하게 위를 향해 오릅니다(登)

끝이 있다면 그날입니다

어둠에 있어도 어둡지 않게

엉킴이 있어도 엉키지 않게

높이 더 높이 올라 하얀 불 켜는 날입니다

하얗게 또 하얗게 세상을 밝히는 그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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