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이지만 무엇을 먹일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쉼없이 달려오다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방학이다. 하지만 방학이라고 쉴 수 없다. 그동안 맛깔 나는 말솜씨를 뽐낸 덕에 방학 기간에는 여기저기서 열리는 모임에 강사로 나가느라 더욱 바쁜 김진진 영양교사. 이번 호 주인공인 안산 원일초등학교 김진진 영양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동안인 김 교사. 듣기 좋은 목소리며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솜씨가 명강사로 소문난 대로다. 김 교사가 강연에서 주로 강조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물어봤다.  <김종훈, 김영찬 기자>

■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음식도 달라져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잘 먹으면 약이 따로 없습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일에 종사하다보니 자연스레 음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생겨 ‘동의보감’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강연에서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것을 토대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강의하고 있습니다. 주로 ‘친절’과 ‘청결’, 그리고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진진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서 직접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실무를 담당하는 조리실무사들을 위한 교육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강연에 강사로 참여한 지 2년. 김 교사가 겪은 실생활을 토대로 동의보감으로 풀어내는 강의가 소문이 나면서 방학이면 지역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조리실무사 교육에 꼬박꼬박 강의 요청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조리할 때 친절한 마음은 필수 덕목입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음식도 달라집니다. 또 하나 학교 내 구성원들에게 평소에 먼저 인사하는 등 친절하면 혹시라도 음식조리에 실수가 있어도 이해해 줍니다. 조리실무사분들에게 청결은 두말 할 필요도 없고요. 건강 역시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은 본인이 먼저 건강해야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비움’입니다. 스트레스도 비우고 음식도 물건도 화도 비워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강연에서 강조하는 내용에 대해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교사는 기자가 청중인 양 자신의 주특기인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을 예로 들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운동 중 ‘걷기’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걷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는 것이 중요하지요. 동의보감에 6가지 나쁜 기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6가지 나쁜 기운은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인데, 그 가운데 가장 안 좋은 게 ‘한’입니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30% 향상된다고 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지요.”

■ 전교생 350명 중 128명이 다문화가족 학생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200만명이 넘었다. 전체 인구대비 4%를 차지한 셈.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는 인구 10명 당 4명일 정도로 다문화가족이 생소하지 않은 곳이다. 경기도 가운데에서도 안산이 외국인 인구비가 11.8%로 가장 높다. 당연히 안산시 선부동에 위치한 원일초등학교도 전교생 350명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이 30% 정도인 128명이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도 있지만 초등학교를 다니다 우리나라 학교로 전학 온 아이들도 꽤 있다. 이 아이들은 우리나라 음식을 잘 먹을까 궁금했다.

“처음에 이곳 학교에 부임해 왔을 때는 저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우리 음식이 잘 맞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너무나도 잘 먹어요. 우리 학교에는 러시아, 키르키즈스탄, 중국, 파키스탄 등에서 온 아이들이 많은데 이들 가운데는 종교적인 영향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볶음밥을 할 때도 고기를 넣지 않고 따로 만드는 등 이 아이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달리 거부감 없이 너무나 잘 먹어요. 물론 담임선생님께 먹지 않았다고 말해 달라고 하지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을 배려해 음식을 따로 만드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일 터.

“단체급식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멸치볶음과 김을 항시 준비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아직까지는 특정 국가 음식을 만들어 급식에 제공한다든지 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아 실행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안산시학교급식개선연구회에서 올해부터 다문화국가 음식 레시피를 급식에 적용시키자는 계획이 있어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김 교사의 고민은 또 있다.

“이 지역 특성상 맞벌이 가정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침밥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지요. 아이들이 저녁 먹은 후 다음날 점심 시간까지 굶고 있는 셈이지요. 뇌에 포도당이 떨어지면 무기력해지고 짜증이 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아이들에게 식생활교육 때 아침밥 꼭 먹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지요. 시장이 반찬이라고 아이들이 너무너무 급식을 맛있어 합니다.”

■ 교사라는 책임감으로 항상 긴장하고 있어
19년차 영양교사로 재직중인 김진진 교사. 김 교사는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영양교사가 됐지만 이제는 교사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이 무겁다고 고백한다.

“의식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식’입니다. 적게는 1천명, 많게는 2천명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게 영양교사입니다. 단순히 먹는 것을 책임지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의 식습관과 영양을 가르치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하루 2식에서 3식을 책임지는 학교도 있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원에 묶여 정규직이 아닌 선생님도 있는 등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영양교사로서 김 교사의 지론은 무엇일까.

“저는 아침마다 조리실무사분들과 10분씩 조회를 하며 유머로 짜증을 풀곤 합니다. 항상 조리실무사분들께 ‘내손에서 약이 나올 수도 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집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는 채로 학교에 나와 음식을 만들면 그 음식은 약보다도 독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고 항상 밝게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