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는 2009년 9월 27일 부지 2만8201평, 건물연면적 1만7587평 규모의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개장했다.

평택음성간 고속도로 남안성IC 인근에 자리한 농협중앙회 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전국에서 수집되는 농산물의 집·배송은 물론, 소포장 및 전처리 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의 농산물물류센터로, 물류·가공·저장 기능과 함께 식품안전검사 설비까지 갖춘 소비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소비지물류센터이다.

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지역농협의 산지유통센터에서 조달한 농산물의 대규모 분산기능을 수행하며, 산지에서 하기 어려운 소포장과 전처리 및 산지조직의 마케팅 역할까지 담당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농협중앙회의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설립은 대도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기 어려운 지역농협과 농민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지난 1월 17일부터 2월 10일까지 진행한 경기급식 전처리업체 공모에서 농협중앙회 안성농식품유통센터가 선정되면서 그동안 경기도 학교급식에 참여해 오던 소규모 친환경 전처리업체들이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공모에서 탈락한 전처리업체들은 “농림재단이 공룡기업인 농협중앙회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경기도의회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의 특성상 전처리업체에 선정되지 못하면 그 즉시 퇴출”이라면서 생존권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은 도내 친환경농가들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경기도 광주에 있는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통해 도내 학교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위해 26개의 원예농산물 출하회와 8개의 잡곡쌀 출하회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무후무한 학교급식 계약재배 시스템이다.

학교급식출하회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오후 5시 쯤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로 옮겨지고, 그 곳에서 안전성검사와 검품·검수 및 소분작업을 마친 후 새벽 3시 쯤 31개 시군 배송센터로 옮겨진다.

그리고 아침 시간에 각 학교별로 배송이 이루어진다. 전처리업체에서 전처리한 농산물 또한 출하회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함께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로 옮겨져 같은 과정을 거쳐 학교에 공급된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총 8개의 전처리업체를 선발해 운영해 오다 2017년 4개업체만을 선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끼어들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학교급식의 특징은 계약재배와 공동구매, 그리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은 친환경출하회가 담당하고, 축산물은 도내 축산물업체가 담당한다. 김치는 G마크인증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수산물은 시군 센터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가공품은 경기도교육청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공급한다.

그동안 식재료 유통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급식에 공공성과 함께 교육기능이 강화되면서 이를 관장할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지자체 직영으로 설립되고, 이 과정에서 농민, 영양(교)사, 조리사, 학부모 등 모든 학교급식 주체들이 행정과 함께 민관 거버넌스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

전처리업체는 물론 식재료 유통업체 또한 학교급식 과정을 담당하는 주요한 주체이다.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와 지역의 밥상을 바꾸어 내는 것이 학교급식이고 공공급식인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 농협중앙회의 경기급식 전처리업체 공모 참여는 적절하지 않은 처사다. 농협중앙회는 기업 분류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농협중앙회는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담당하는 농산물 임가공사업까지 빼앗으려 해서는 안된다.

농협중앙회는 안성농식품유통센터가 지역 소상공인들의 일감을 빼앗아 실적을 올리려는 꼼수를 제지하고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농협과 대도시 소비자들을 위한 가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