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무, 실파, 근대, 청경채, 적채 등 채소류를 무농약으로 재배해 학교급식에 출하하고 있는 가평군친환경채소출하회.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는 대다수 친환경 농업인들과는 달리 가평출하회는 유통을 위한 영농법인에도 출자, 학교급식과 유통법인에 소출 전량을 출하하고 있어 회원들의 소득이 가파르게 증대하고 있다. 전업농이 되기 전 유통업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판로개척의 신기원을 개척한 가평군친환경채소출하회 주훈종 회장(54)을 지난 2월 8일 만나봤다. <김종훈, 김영찬 기자>

▲ 주훈종 가평군친한경채소출하회 회장

■ 가평군친환경출하회 출범은 언제인가.
“2008년 6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가평군출하회. 팔당수원지 보전의 일환으로 경기도에서 친환경 농업을 지원하며 시작됐습니다. 2013년 경기도 학교급식이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출하가 확대되고 12명의 회원이 추가 가입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주훈종 회장이 처음부터 출하회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주 회장은 당시 농산물, 그 중에서도 상추 등 엽채류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곳 가평은 남이섬, 강촌 등 닭갈비 식당들이 성업하면서 이들 상점에 납품되는 상추의 양이 엄청납니다. 일대 식당과 상점에 상추 등을 산지에서 직구입해 납품하다보니 산지 농업인들에게 지불하는 채소가격이 꽤 되더군요. 농업에 종사해도 수익이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마침 임대로 나온 시설하우스가 있어 직접 경작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농사도 지으며 기존 유통업도 함께 운영하기 시작한 주 회장. 처음 임대한 하우스 600평에서 1달 만에 600만원 수익을 올렸다.

“2년 정도 두 가지 일을 겸하다가 유통업은 동서에게 넘기고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귀농한 셈이지요. 전업농이 된 지 올해 16년째입니다. 농사를 지어보니 하며 할수록 매력 넘치는 일이더군요. 제 친구들은 벌써부터 명퇴니 뭐니 해서 직장에서 나와 뒷방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아직 아이들 대학 공부가 끝나지 않아 돈 들어갈 데는 많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농사는 제가 힘이 닿는 한 80살까지도 너끈히 할 수 있습니다. 나름 건강관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0m 길이 시설하우스 한 동이면 120평. 주 회장은 총 면적 6천여평 하우스에서 채소류를 재배해 연간 2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여러 출하회 회장님들을 만나보면 친환경 농산물생산에 들어가는 돈과 노력에 비해 판로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생산 농산물 전량을 판매하고 있는 가평군 출하회에 대해 말해 달라.
“가평군 출하회는 23명 회원이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 가운데 80% 정도는 학교급식에, 나머지 20% 생산물은 유통법인에 출하해 산출 물량 전량을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출하회 역시 처음에는 판로 확보가 제일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자재값만 해도 일반 관행농업에 비해 3배 정도 비쌉니다. 그러나 시판가격은 두 배에 미치고 있지 못한 형편입니다. 제가 유통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토대로 기존 영농법인에 출자해 영농법인에 출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학교급식에 납품하고 남는 물량도 판로 걱정 없이 전량 판매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판로가 없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지요.”

주 회장이 영농법인에 출자하며 내 건 조건은 단 하나. “수익금 배분은 필요 없다. 무조건 우리 출하회에서 생산한 작물 전량을 받아달라고 했습니다.”

생산 작물의 판로를 확보한 주훈종 회장. 주 회장이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회원 모두 다함께 잘 살기다. 회원들 가운데는 많은 토지와 시설하우스를 보유한 부농부터 하우스 한 동 없이 노지에서 경작하는 소농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있다. 회원들의 단합과 유대감 확보를 위해 이들 회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회원들 간 연간 매출액 차이가 큰 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작년부터 학교급식 계약물량을 1인당 8천만원으로 상한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학교급식 출하에는 소농민 우선을 원칙으로 했고요. 농지를 많이 보유해 학교급식에 출하하고 남은 생산물은 전량 영농법인에 출하되니 부농들도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물론 학교급식과 영농법인의 출하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회원들 모두에게 일정한 소득이 주어지고 소농민들에게는 연소득이 상향되니까요.”

상한제 이어 주 회장은 유통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재배하는 작목의 품목을 지도하고 나섰다. 계절별로 물량이 모자라는 품목 위주로 재배를 유도해 1년 내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것.

“가평 출하회의 경우 하우스보다 노지 면적이 8:2로 많습니다. 하우스 한 동을 설치하는데 평당 12만원 정도 듭니다. 하우스 한 동이 200평이니 2200만원이 들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점차 줄고 있어 하우스를 설치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노지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경우 보통 감자와 양파를 수확한 후 하반기에는 양배추와 무를 파종하고 있습니다. 제가 유통업을 할 때 보니 월별로 물량이 많은 작물과 공급이 딸리는 작물이 있더라고요. 하반기에는 산지에서 출하되는 대파가 부족해 가격이 많이 오릅니다. 따라서 회원들에게 하반기에는 양배추와 무 대신 대파와 급식에 많이 들어가는 옥수수, 팥 등을 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재배에 익숙한 작물 대신 새로운 품목을 재배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잘 따르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곧 적응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소득이 증대되니까요.”

회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 주 회장. 주 회장은 회원들의 이익 증대를 위해 노지에서 농사를 짓는 다른 회원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시기인 겨울철에만 무와 양배추를 재배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엽채류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나누기로 일년 내내 일정한 물량을 급식과 유통법인으로의 출하가 가능케 하고 있다.

전업농이 된 지 16년째이자 출하회 회장을 맡으며 회원들 모두 잘 사는 길 만드는 데 힘쓰고 있는 주 회장. 주 회장이 보는 농업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지금 상황을 보면 나라는 농업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있으면 경쟁력 있는 직업이 농업입니다. 제 막내아들이 고3인데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면 자랑스럽게 농사를 물려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