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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동백나무(모성(母性)을 느끼는 겨울나무)울릉도 농부가 들려주는 들꽃 이야기(21)
[78호/5면/식품ㆍ건강/들꽃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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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4  15: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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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逢草 이권수
황홀한 녹색의 세상! 그 좋은 때를 마다하고 하필이면 설한의 삭막하고 추운 계절에 굳이 피려 하였는가? 혹 번거로운 세상을 피해 홀로 하얀 설경에 피기를 고집하는가? 아니면 얼어버린 계절에서 혼자서라도 피어 세상을 녹여볼 한 톨의 불씨가 되기를 원했는가? 동백나무는 울릉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섬 지방이나 남부 해안지대에 자생하며 서해안, 황해도, 대청도까지 북방한계선으로 살아가는 차나무 과의 늘 푸른 넓은 잎 중간키 나무다.


   
<추위가 오기전에 꽃을 떨어뜨린다>
동백(冬柏)- 하얀 겨울의 나무는 이미 이름에서부터 ‘겨울에 피는 꽃’ 이라는 뜻을 강조하는 나무다. 한겨울 설한에 붉게 피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설한의 땅 위에 피다 만 채 피처럼 그대로 뚝뚝 떨어져 버리는 그 알 수 없는 광경! 진정 그 광경을 보지 않고서는 누구라도 감히 동백의 삶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동백꽃은 일년에 두 번 볼 수 있다 초겨울(11월-12월) 추위가 오기 전 한번 피고 또 초봄(3월-4월) 추위가 갈 때 쯤에 한번 더 핀다. 그리고 이때 관심 끄는 것은 초겨울에 피는 꽃은 씨앗을 맺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일이든 까닭 없는 사연 없듯 동백이 이런 특이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또 있는데 그 사연인즉 … 그것은 겨울의 야속한 냉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겨울에는 꽃잎을 막무가내로 떨어뜨려야 했고, 그래서 두 번씩이나 꽃을 피워내는 일을 서슴없이 감행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해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두 번째 피는 꽃(3-4월에 피는 열매를 맺는 동백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그 해의 일기가 매우 춥거나 또 그 추위가 길어지면 동백은 반드시 꽃을 늦게 피운다.

이때 핀 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어야 할 중요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만약 맹 추위 속에 생각 없이 마구 꽃을 피웠다가 자칫 수정하지 못한다면 낭패이기에, 또 기다린 그 1년도 헛되고 마는 일이기에, 그러니 당연히 나름의 가장 안전한 수단과 그 방편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동백꽃은 초봄에 피는 놈이 더 붉다>
예나 지금이나 예뻐지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마음은 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똑같은 것이었다. 화장품 하나 변변치 못했던 그 때 그 시절엔 그야말로 동백기름보다 귀중한 보물이 어디에 더 있었겠는가? 청양지방의 민요에서도 “동백아 열지 마라 산 골 큰애기 떼 난봉 난다” 라는 내용을 보더라도 당시 동백기름의 위력이 얼만큼 컸었는지도 실감나게 한다.
 
그리고 또 동백기름은 옛 생활 속엔 식용유나 등잔기름으로 필수적 존재가 되기도 했고 또 나무의 재질이 매끈하고 단단하고 질긴 특성으로 도끼자루, 괭이자루, 호미자루, 낫자루 등의 농기구를 만드는 재료로 농사의 큰 밑천이 되기도 하면서 우리의 삶과 문화와 또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던 귀한 식물이었다.


   
<동백열매는 익으면 기름을 짠다. 동백기름>
동백나무의 삶에는 늘 바다를 빼 놓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동백이 살아가는 곳은 항상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한마디로 ‘바다가 없으면 동백도 없다’ 라는 가설이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그래서일까? 울릉도에서의 동백은 아름답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지만 역시 섬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흔하고 보편적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동백은 남쪽지방이나 여타 섬들에서도 많이 살아가지만 그러나 결국 겨울이 아니면 굳이 이렇게 아름다움을 예찬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굳이 어울린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마 이처럼 눈 많이 내리는 이곳 울릉도에서 피는 동백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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