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처리 1년 450만원…'클린테이블'운동으로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기부
성복중학교 유혜경 교사와 인터뷰 일정이 잡힌 날은 공교롭게도 새내기들의 입학식과 함께 학생들의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 2일. 여느 날도 학교급식실의 오전은 점심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갈 테이지만 3월 2일의 급식실은 좀 더 특별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처음 중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좀 더 특별한 음식을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이어서일까 급식을 준비하는 영양교사와 조리원분들의 움직임은 무척 분주했다. 식당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풍선들로 장식돼 있고 학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걸려 있다.

이런 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을 터. 하지만 걱정은 잠시, 유혜경 교사와의 인터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유 교사는 잔반을 줄이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김종훈, 김영찬 기자>

▲ 유혜경 성복중학교 영양교사

-입학식에 새학기 시작하는 날이어선지 식당 안에 풍선 장식이 이채롭다. 선생님이 다 준비한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급식을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점심을 굶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학교급식을 하면서 굶는 아이는 없어졌습니다. 학교급식은 식재료도 친환경 농산물 위주로 구입하는 등 질적인 부분도 무척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주위에서 여러 맛난 음식들을 접하다 보니 학교급식은 맛이 없다고 불평들을 합니다. 영양교사로서 가장 큰 고민이지요. 아이들이 급식을 접하는 시간에 이벤트를 접목시켰습니다. 신학기라든가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때 풍선으로 식당을 장식하기도 하고 산타클로스 분장도 하고... 아이들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점심시간이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기보다 즐거운 추억이 남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정해져 있는 급식비 안에서 아이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 새로운 음식을 제공하기에는 제한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혜경 교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잔반 줄이기. 단순히 아이들에게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 유 교사는 잔반 줄이기에도 이벤트를 접목시켰다.

“아이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식물쓰레기가 넘쳐 나지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1kg에 120원이 듭니다. 제가 지난해 성복중학교에 부임했는데 그때까지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이 연간 450만원 정도 들더군요.
 
그래서 잔반 줄이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잔반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론 교육도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지구촌에는 먹을 음식이 없어 굶주리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을 남기지 않은 아이들에게 간식 스티커를 준다든지 했지만 교육과 당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음식을 남기지 않을 동기 부여와 음식물을 남기지 않았을 때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잔반을 줄이기 위해 접목했던 '클린테이블'운동에 대해 좀더 설명한다면?
잔반 줄이기를 위해 고심하던 유혜경 교사는 ‘클린 테이블’을 접목시키기로 한다. ‘클린 테이블 캠페인’은 한국국제봉사기구가 주도하는 운동으로, 캠페인 홈페이지에 빈그릇인증샷을 올리면 기업이 한 컷당 500원을 기부하는 방식. 이렇게 적립된 기부금은 아프리카 빈곤층 아동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잔반도 줄이고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

“클린 테이블 운동을 도입했더니 아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더군요. 지난해 저희 아이들이 적립한 금액이 150만원이나 됩니다. 적립된 기부금은 성복중학교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하이패스’라고 잔반이 없어 잔반통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아이들에게는 스티커를 주고 있습니다.
 
식당 입구에는 학급별로 스티커를 붙이는 판이 있어 스티커를 가장 많이 붙인 학급에게는 다른 학급보다 먼저 급식을 먹을 수 있는 급식우선권과 누룽지로 만든 과자를 주고 있습니다.”

-밥과 김치를 자율배식하는 이유는?
기부도 좋고 급식우선권도 좋지만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고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다 먹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 유 교사는 또 하나 방법을 도입했다.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가장 많이 남기는 음식이 밥이더군요. 식판에 밥을 받으니 자기 양을 모르니 주는 대로 밥을 받지요. 그래서 밥과 김치에 한해 자율배식을 도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단 급식이 맛이 없으면 음식을 남깁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식단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클린 테이블 운동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은 1년 만에 80만원이 줄고, 자율배식으로 하루 78kg 소비하던 쌀이 58kg으로 충분해졌다. 학생 스스로 작성한 식단 중 우수한 식단을 골라 ‘000 학생이 만든 식단’이라는 이름으로 급식도 실시하게 되자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급식단가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도 안되나요?
잔반 줄이기에 성공하고 아이들의 입맛을 최대한 반영하는 식단도 도입했지만 유 교사의 갈 길은 멀다.

“급식이 실시되면서 찬 도시락 먹던 아이들이 더운밥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급식 전에는 아이들이 부모의 기호에 따라 주는 음식만 먹었지만 급식을 통해 다양한 음식과 같은 재료라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학교급식이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지난해까지 한 끼에 3,450원이던 급식비가 올해부터는 3,500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돈이 모두 식재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중학교에서는 조리원 한 명에게만 인건비 50%가 지원되고 나머지 분들 인건비와 급식실 운영비도 다 이 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따져보니 3,500원에서 25%가 인건비로 나가고 운영비는 8%를 차지하던군요.
 
식재료에 들어가는 돈은 66.5%밖에 되지 않습니다. 식품비가 최소 70%는 되어야 아이들이 만족하는 식단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고등학교는 아예 수익자부담으로 급식비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고요.”

산업체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다 지난 2008년 뒤늦게 임용돼 10년째 영양교사로 학교급식 현장을 지키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급식을 주려 고민하는 유혜경 교사.

유 교사는 “학교급식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급식을 통해 식습관을 형성시키고 새로운 식재료를 접하는 교육급식”이라고 급식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선생님, 급식이 너무 맛있어요. 급식 덕분에 학교 다닐 맛이 나요.”라는 아이들의 말에 보람을 느끼는 유혜경 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