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 시정구호는 ‘사람들의 용인’이다. 시정구호 대로 너른 들과 들판을 감싸 안은 야트막한 구릉으로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용인시 남사면에는 용인출하회를 이끌고 있는 최옥교 회장의 방울토마토 농장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22명 출하회 회원들과 체계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출하량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킨 공을 인정받아 지난 3월 10일 열린 ‘2017경기친농연 대의원 총회’ 때 모범조직상을 수상했다. 얼굴에 닿는 바람도 어느덧 상쾌하게 느껴지는 3월, 용인출하회를 이끌고 있는 최옥교 회장(58)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종훈, 김영찬 기자>
-다른 시군 출하회에 비해 물량배정을 넉넉히 받았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용인출하회가 발족한 지는 9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출하회 전체에서 매출이 2억도 안될 정도로 물량이 적어 회원들의 불만이 많았었지요. 그런데 지난해 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물량배정을 충분히 받아 1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에는 다양한 엽채류와 과채류가 들어가는데 재배하는 작목에 대해 출하회들 간 차별이 없었습니다. 우리 출하회는 다른 시군 출하회에서 재배하지 않은 품목들에 과감히 도전해 품목을 다변화시킨 게 물량배정을 충분히 받은 이유입니다.”

-그동안 재배하던 작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물론 농부들은 자기가 하지 않았던 신규 품목은 잘 안하려 합니다. 기술도 없고 두려움이 있지요. 하지만 기존 품목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야 물량도 있고 돈이 됩니다. 도전하는 의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특히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종목을 연작하면 소출이 떨어집니다. 콩은 많은 농민들이 접하고 있지만 조, 수수, 기장 등은 해본 사람이 적습니다. 그런데 감자를 수확한 다음 이들 작물은 후작으로 심기에 좋습니다.” 

■ 남들이 안하는 품목에 도전한다
남달리 도전의식이 강했던 최 회장. 최 회장은 솔선수범해 감자와 양파 등 새로운 작물에 도전했다. 관련 재배법을 배우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다. 최 회장의 노력에 회원들이 화답했다. 다양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으니 일년 내내 원하는 작물을 학교급식에 납품할 수 있게 된 것. 용인출하회의 성장에는 또 한 가지 철저한 품질관리가 있다.

“회원 한 사람만 잘못해도 전체 물량이 줄어든다고 다그쳤습니다. 회원들 각자가 신경쓰고 긴장해야 합니다. 납품할 상품은 철저히 검수합니다. 색깔이 안좋거나 무른 것은 당연히 골라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장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자칫 물러질 수 있거든요.” 

용인출하회는 품목다변화와 철저한 품질관리로 발전을 하게 됐다. 하지만 용인출하회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에는 ‘신의 한 수’가 있었다.

“지난해 히트 친 상품이 수박입니다. 당도가 월등히 높아 우리 수박을 기다리는 학교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올해 물량도 많이 배정받아 신규로 7명이 수박농사를 시작할 정도입니다. 질 좋은 수박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년 동안 유기농 수박재배에 힘을 쏟아온 우리출하회 홍영걸 감사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보통 자신만의 노하우는 잘 가르쳐주지 않는데 홍 감사는 아낌없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비료와 유기농 자재를 만드는 법과 제품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홍 감사의 조언대로 농사를 지으니 다른 곳에 비해 맛이 월등히 좋은 제품이 나온 것이지요.” 

■ 앞을 내다보고 투지해야
최옥교 회장의 지론은 ‘당장 이윤은 적더라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
“방울토마토의 경우 3월~5월에는 물량이 나오지 않습니다. 방울토마토는 보통 100일 전에 심어야 수확하는데 봄에 출하하려면 한겨울에 심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난방도 해야 하고 시설도 달리해야 해 돈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 출하회에서는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3월에서 5월까지는 우리 출하회가 전량 납품하고 6월부터는 다른 출하회에 양보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출하하는 제품은 학교급식보다는 좀 이윤이 덜 나지만 로컬푸드 등 판매처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토마토는 사시사철 필요한 제품이지만 물량이 나오는 계절은 정해져 있었다. 그 점을 꿰뚫어 본 최 회장은 뛰어난 경영자인 셈. 하지만 최 회장은 독식하지 않고 다함께 잘 사는 길을 택한다. 다른 곳에서도 출하되는 시기에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려 애쓰고 있다.

■ 나는 운이 좋았을 뿐
용인에서 나고 자라 평생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는 최 회장. 남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가는 데는 취미가 없다.

“친환경 보조사업이 시행되기에 그냥 친환경에 뛰어들었어요. 팔 데도 없이. 남들이 미쳤다고 했으니까요. 처음 1년 정도 고생했습니다. 막연히 나아지겠지 하면서요.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가게 되면서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졌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농사는 돈보다도 커가는 것 보면 참 기쁩니다. 정성 들어가는 것만큼 보여줍니다.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효과가 나옵니다. 잘 따라와주는 회원들을 보면 제가 복이 많은지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