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부터 2월 10일까지 진행된 경기급식 전처리업체 공모와 관련 대기업에 해당하는 농협중앙회 안성농식품유통센터가 참여했다 경기도 학교급식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공모 과정에서 경기도가 일부 전처리품목을 전처리업체가 아닌 공급대행업체인 ㈜신선미세상에 공모 과정도 생략한 채 특혜를 준 것과 관련 공모에서 탈락한 업체가 1인시위를 하며 항의 하는 소동이 빚어지면서 급기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도의회에 나와 ‘전면 재검토’ 발언까지 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이와 관련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에서 전처리업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또 생산 농민과 학교 영양(교)사들과는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전처리업체들도 지난 5월 경기농림진흥재단(현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재단에서 추진한 공모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함과 동시에 대안으로 참여 전처리업체를 확대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전처리업체 공모과정을 통해 생산자인 친환경농민과 전처리업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됐다. 공급대행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친환경농민과 전처리업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 공급대행업체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20일 경기급식 전처리업체로 선정됐던 농협중앙회 안성농식품유통센터가 자진 하차하면서 당시 예비업체로 선정됐다 본 업체로 재 선정된 주식회사 귀농의 문상욱 대표를 만나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과 전처리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환생”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뷰는 지난 6월 3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주식회사 귀농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금요일은 학교급식이 쉬는 날이기 때문에 제일 맘이 편한 날이라고 했다.
농협으로부터 감자 고구마 양파에 대한 전처리를 위탁 받아 산지 수매부터 전처리까지 전 과정을 하다 보니 “까는 데는 기술이 생겼다”는 문 대표는 올해 18년 째 전처리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김규태, 김영찬 기자>

▲ 문상욱 주식회자 귀농 대표

•지난 전처리업체 공모과정에 대해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 공고가 뜨기 전까지는 아무도 공모 방향에 대해 몰랐다. 공모 기준을 보는 순간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전처리업체 수를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숫자를 줄여 공모했으니 큰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단에 전화를 했더니 이번 공모가 품목 전문화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품목 전문화에는 공감하지만 숫자를 줄인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품목군 분류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4개월을 진행해 왔는데 평가는.
- 한 마디로 품목군을 나눠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업체들마다 작년보다 물량이 2배로 늘어났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혼란이 있었지만, 오히려 시설을 보완 하는 등의 노력들이 진행되면서 전문성이 훨씬 더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제품의 품질은 시설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품목을 나누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주면서 시설투자로 이어지도록 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품목군 분류가 잘못됐다. 세척과 비세척을 분리했어야 한다. 또 전처리 품목을 줄이면서 업체수를 줄인 건 아주 잘못한 것이다. 특히 공급업체가 인력이 부족해 원물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전처리사업까지 하도록 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처리업체들이 일부 품목을 기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급대행업체에게 전처리를 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일부 품목에 대해 전처리업체들이 기피한 것은 사실이나 전처리 품목에서 제외하도록 합의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전처리업체들이 일부 품목을 기피한 이유는 작업에 비해 수수료가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수수료를 올려 전처리작업을 정상화 하도록 해야 하는데, 업체들이 문제제기를 한다는 핑계로 이들 품목을 전처리업체들로부터 빼앗아 공급대행업체에 준 것이다. 경기도는 이들 품목을 전처리품목에서 제외하면서 전처리 품목을 줄이면서 업체를 축소 공모했다. 이는 학교급식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오히려 전처리가 필요한 품목들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보다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경기급식에 참여토록 했어야 한다.

•전처리업체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 경기도는 친환경학교급식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소득 보장의 기회를 확대하면서 관내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매출을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 건강과 농민의 소득증대는 충족이 되어 가는데 관내 소상인들을 위한 정책은 오히려 뒤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공모는 관내 소상공인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전처리업체 수를 늘려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위험을 분산시켜 소상공인들을 보호 하기 위해서다. 물론 귀농에게 경기급식 전처리업무를 모두 몰아줘도 다 해낼 자신이 있다. 그러나 안한다. 자칫 공모에서 탈락할 경우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급식에만 올인해 오다 이번 공모에서 탈락한 김포유기농이 대표적인 사례다. 참여업체를 늘려 위험도 분산시키고 업체들 간 경쟁을 통해 학교급식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경기급식에서 필요한 적정 전처리업체 수를 제안한다면.
단호박도 학교에서 까기 어려운 전처리가 필요한 품목이다. 단호박, 양배추, 대파, 실파, 쪽파, 마늘, 양상추까지도 다 전처리 품목으로 적용돼야 한다. 현재 감자, 당근, 고구마(A부문)와 양파, 무, 생강(B부문) 등 6개 품목을 4개업체가 하고 있는데 양이 많다. 양파는 단일품목으로 2개업체를 선정해야 하고, 무, 생강, 마늘을 한 품목군으로 묶어 2개업체가 하면 된다. 감자 고구마 당근도 2개업체를 선정 하는 등 이런 식으로 8개업체를 참여 시킬 수 있다.

•공급대행업체는 원물 관리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물건이 아주 좋다. 항상 12월, 3월, 4월이 문제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 경기도에서 나온 제품만 갖고는 3,4월까지 쓸 수 없다. 그때까지 저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로스율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재 작업을 해야 되는데 유일하게 경기도만 그 작업을 안한다. 시장에서도 썩은건 빼고 경매하는데 경기도만 썩은 것까지 다 포함해서 준다. 3,4월에 사용할 감자는 11월에 수확하는 해남감자나 강원도감자를 사용하는게 맞다. 경기도 감자를 3~4월에 쓰려면 9개월 저장을 해야한다. 그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급대행업체가 정상화 되면 전처리업체와 생산자 간 갈등도 생길 이유가 없다.
오래 전 생산 농민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그러나 생산 농민과 전처리업체 간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다. 공급대행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전처리업체에 싣고 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 때도 감량 등의 문제는 공급대행업체와 전처리업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농민과 전처리업체 간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공급대행업체가 일 처리를 잘못해서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곧 전반기 운영 평가회의 열린다.
지난 5월 말에 간담회 했을 때 저장 끝물로 물건이 가장 안 좋을 때였는데, 결과가 작년 대비 나쁘지 않았다. 재단에서 품목군으로 묶은 건 잘한 일이다. 단지 A군은 잘 묶었는데 B군은 잘못 묶었다. 양파와 무 생강 등 세척과 비세척을 같이 묶으면 안된다. 그래도 품목을 묶으려고 시도한 건 칭찬한다. 그러나 명분 없이 대파 실파 쪽파 마늘이 공급대행업체로 간 것은 잘못된 일이다. 용역까지 해서 수수료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용역보고서까지 만들어 놓고 공급대행업체에 준 것은 전처리 수수료를 올려주기 싫어서인 것이다. 이것부터 정상화 해야 한다.

•운영비를 줄이려면 경기농식품진흥원에서 직영해야 한다
경기급식 시스템 중에서 배송업체와 전처리업체들은 원물 구매권 없이 수수료만으로 근근히 운영을 하고 있다. 이들 경비를 줄여 운영비를 절감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큰 틀에서 운영비를 줄이려면 공급대행업체를 통한 2중 경영을 하지 말고 서울처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에서 직영을 하면 된다. 그리고 물류도 수의계약이 아닌 입찰을 통해 선정하면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 주식회사 귀농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