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김포시농장토크콘서트. 이날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콘서트가 열린 곳은 김포시 고촌읍 향산리 김포유기농영농조합법인 전처리장.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콘서트 열리기 직전까지 장소를 고심하다 결국 ‘채소저장저온창고’로 결정, 토론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객석에는 돗자리를 깔았다.

이날 콘서트를 이끌어간 최재관 대통령농정공약실천을 위한 농어업포럼 집행위원장이자 본지 공동대표는 본격적인 토론의 시작에 앞서 “장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출하를 앞둔 농산물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영양교사는 “농민들이 직접 일하는 작업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농민들의 마음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생소한 체험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선하고 안전한 채소를 보관하기 위한 저장창고의 서늘한 냉기는 김포아이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맛있는 급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띤 토론으로 금방 사라졌다. <김영찬․이유경 기자>

▲ '2017 김포시농장토크콘서트'가 최재관 대통령농정공약실천을 위한 농어업포럼 집행위원장을 좌장으로 김포유기농영농조합법인 전처리장에서 열렸다.

이날 열린 농장콘서트는 지난 6월 군포시 새벽농장에서 열린 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다. 여전히 농장콘서트는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석하는 사람에게 생소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다. 네모 반듯하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면서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된 편안하고 쾌적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생산자의 작업현장 그 자리였기에 형식적인 이야기보다 김포 학교급식 주체들이 직접 느끼는 현장의 이야기가 오롯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토론자는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이현직 사무국장. 이 국장은 “관내 초․중학교 무상급식비로 1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면서 “학교급식은 한 끼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안전과 배려, 양보를 배우는 밥상머리 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 급식은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밥상을,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과 농업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장성자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모니터링단장은 “요즘 뉴스에서 학교급식관련, 공공급식 쪽 정책이나 움직임을 보면 학교급식이 최상의 먹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이제는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불만을 말하기 보다는 상생을 고민하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의 유통업체, 영양사 등 상생차원의 마인드가 생긴다면 앞으로 아이들이 집에서 먹는 것 보다 학교에서 먹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속가능하면서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토론자로 나온 이현직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 장성자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모니터링단장, 구현례 김포교육급식영양연구회의 회장, 김상기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 총출하회장, 염은정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김포지회장.(왼쪽부터)

김포교육급식영양연구회의 구현례 회장(대곶초․영양교사)은 학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구 회장은 △급식비에서 식품비와 인건비 분리 △학생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식재료 납품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체험 교육 활성화 △학교급식의 현장에 대한 이해 필요 등에 대해 말했다. 특히 친환경식재료와 관련, “친환경 식재료에 벌레가 있으면 업체는 이물질이 아니지만, 학교나 학생들에게는 이물질”이라며 철저하게 검수를 하고 깨끗하게 만들어도 벌레가 나올 때는 정말 억울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하한 농장은 친환경이라 약을 쓰지 못해 벌레가 생긴다고 하고, 중간업체는 최대한 검수했는데도 벌레가 나오니 양해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레가 나오면 그 재료는 다 버리고 검사에 들어간다. 영양(교)사들이 믿고 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상기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 총출하회장은 “벌레부분에 대해서 농민들도 최선을 다해 벌레를 잡고 확인을 하지만 숨어있는 벌레까지는 확인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비단 농민들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식재료에 대한 문제에 답을 했다. 이어 “경기도 학교급식은 계약체계이지만 100% 계약재배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재배 체계가 좀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재배 농가들 모두 인증제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다. 수 십년 친환경을 했어도 한순간에 잔류 농약이나, 주변 관행농가에서 날아온 농약으로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다. 법적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것으로 방향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염은정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김포지회장은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검수와 현장실사가 필요한 시점이고, 그 부분을 센터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는 민관거버넌스가 잘 구축된 모범사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포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쌀을 김포의 아이들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제철음식, 로컬푸드도 확대되어 지역 농가에는 안전한 판로가,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밥상이 제공되길 바라고, 부천이나 광명처럼 시에서 non-GMO 식품에 대한 지원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의 학교급식에 대한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의 토론에 이어 객석에서도 많은 의견과 질문이 이어졌다. 친환경 식재료에 대한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 현재 농가의 상황에서 최저 임금 적용의 어려운 점, 급식의 질 문제, 학부모의 인식개선, 학교급식 관련 근거리 지역간 상호 교류와 협의체 구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 김포시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과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 재료로 만든 비빔밤. 참가자 모두가 둥글게 앉아 비빔밥을 먹으며 김포 학교급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농장토크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친환경로컬푸드밥상. 김포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과 김포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비빔밥이 제공됐다. 하얀 쌀밥에 색색깔 고운 고명을 얹고 매콤한 빨간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는, 각각의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비볐을 때 더 좋은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김포 급식주체들의 다양하고 좋은 의견들이 오늘과 같은 ‘소통의 장’을 통해 더 안전하고 맛있는, 건강한 김포학교급식으로 만들어 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영양(교)사, 센터,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학교 먹거리의 주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소통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 김포시의 건강한 학교급식을 다짐하며 김포시 친환경 생산농가가 모여 화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