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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박사도 울고 갈 영암 어란[84호/10면/식품ㆍ건강/슬로푸드 탐방]
리온소연 공정여행가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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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0  01: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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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온소연
     공정여행가
예전에는 이곳까지 바다였어요. 왕인 박사가 일본에 갈 때 배 타던 포구가 있던 곳이죠.”

작은 연못으로 변한 영암군 상대포 역사공원에서 바다냄새를 좇아본다. 백제의 국제무역항이던 상대포에서 사람들의 환송 속에 일본행 황포돛배에 오르는 왕인 박사 일행을 떠올리니 짭짜름한 바다향이 코밑에서 나는 듯하다. 뒤를 돌아보니 수려한 월출산이 든든하게 품어주고 있다. 달이 난다하여 삼국시대에 월라산이라 부르던 월출산이 마을 어디에서도 보이니 그 모습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 곳에서 8대째 전통적인 방법으로 어란을 만들고 있는 전통어란 명장 최태근 대표를 만났다. 어란은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품 중의 하나로 왕가와 양반가에서 중요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귀한 진미이다. 바다에서 잡은 민어, 숭어 등의 알을 채취하여 만든다. 예로부터 영상강과 만나는 바다에서 잡은 숭어로 만든 영암 어란을 으뜸으로 여겼다.

일상적인 서민음식이 아니다 보니 지금은 명품백 브랜드보다도 사람들에게 낯설게 되었다. 음식이 하나 사라지면 그 안에 오롯이 담긴 지역의 문화 또한 소멸된다. 국내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란을 만드는 사람이 최 명장을 포함하여 두 분이라니 아찔하다.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깃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과 식품을 알리는 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의 맛의 방주에 어란이 등재된 것은 당연한 일인 셈이다.
   
최소 300번 이상 손이 간다는 어란. 종이처럼 얇게 저미는 것도 기술이다. 예로부터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했다.

어란에 사용될 숭어는 낚시로 잡는다. 그물을 사용하여 잡으면 숭어가 스트레스를 받아 난산을 하게 되어 알의 피가 뭉쳐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숭어는 몸무게의 오분의 일까지 알을 품을 수 있어 어란의 재료로 쓰기 좋다. 어란 채취는 일년에 딱 한번 오월경에 참숭어 산란을 앞두고 이십일 정도만 할 수 있다. 열 마리를 잡으면 세 네 마리는 수컷이다.

남는 것 중에 어란으로 사용하기 적당한 알을 가지고 있는 숭어 암컷은 한 두 마리에 불과해 생산량이 적다. 어란이 하나 나오려면 숭어 예닐곱 마리를 잡아야 되는 셈이다. 생산량은 적고 손은 많이 가다보니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울만한 가격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최소 300번 이상 손이 간다는 귀한 어란을 종이처럼 얇게 썰어 한 점 집어 본다. 토돌토돌 알이 꽉 차 갈색 빛을 띠는 것이 녹용 편을 닮았다. 혀 끝으로 어란을 살짝 밀어 입천장에 붙여 놓고 살살 녹이니 깊은 간장 향이 입안에 퍼진다. 첫 맛과 끝 맛이 오묘하게 다르다. 참기름을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향과도 잘 어울린다. 곡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맛의 비밀을 찾아 가공장 뒤편 안채 마당 장독대로 나섰다. 8대째 어란의 맛을 지켜주고 있는 명장의 간장 항아리 뚜껑을 여는 손이 떨린다. 보물찾기에서 숨겨진 지도를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점 찍어 맛을 보니 깊고 그윽한 간장향이 딱 어란에 배어 있던 그 맛이다.
 
집에서 간장을 직접 담그고 천일염도 직접 간수를 빼어 사용한다니 정성이 대단하다. 마당 한 쪽에는 어란이 말려지고 있다. 햇빛과 차양에 번갈아 가며 참기름을 발라주며 말리고 6개월 정도 자연 발효를 시켜준다. 발효가 오래될수록 시간의 향을 품을 어란의 맛이 깊어진다. 귀한 손님에게는 어란을 꽃처럼 꾸며 담아냈다고 한다.

귀한 손님에게 제일 좋은 진미를 꽃처럼 담고 싶었던 주인장의 마음이 와 닿는다. 좋은 음식을 나누고픈 동무 녀석을 불러 어란 파스타에 곡주를 곁들어 내야겠다. 꽃처럼 담은 어란이 품은 시간과 정성의 향연으로 초대해야겠다. 왕인 박사는 어란 맛을 알았을까? 퀴즈를 내봐야지
   
전국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란을 만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인 최태근 명장. 8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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