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빈파 식량닷컴  전국친환경급식정보센터장

우리는 흔히 이른 아침 골목길에서 만난 지인에게 ‘식사하셨습니까?’라며 ‘安寧하냐’는 인사를 대신하곤 한다. 밥을 먹었냐고 물어봐주는 일은 상대방에게 밥 한 그릇으로 하루를 든든하게 잘 지낼 수 있는지와, 푸짐하고 맛있는 밥상으로 식구들과 더불어 행복하냐는 것, 그리고 그 밥으로 건강할 수 있으며 밥 먹는 일에 지장은 없는지를 살피는 배려와 따뜻한 사랑을 담고 있다.
 
밥은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며 모든 삶의 가장 근간이 되니, 밥을 살핀다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더없이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도 밥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살핌을 약속해 준다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게 대통령선거를 앞둔 후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후보시절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한 밥상을 빈틈없이 관리하고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른바 ‘안심 먹거리 국가책임제’를 표방하며 제1과제로서 공공급식의 안전을 챙기고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약속하며 위해식품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을 국민들 앞에 나와 직접 약속했다. 아울러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국민모두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문재인의 生生之樂 1~10편’은 후보의 진정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이전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후보에 열광하며 대통령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이 같은 내용이 통째로 빠져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맘이 다르다더니 딱 그 짝이다. 당선직후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감동과 기대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듯하다.

지난 십 수 년 동안의 학교급식운동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일반화 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급식은 교육’임을 만천하에 알려냈으며 교육의 공공성을 기준으로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공적 관리되는 안전한 식재료 공급체계를 자치단체의 급식지원센터설치로써 모델을 제시해왔다.

교육과 농업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친환경식재료는 건강한 국민을 육성하기 위한 공공재’로 당연히 규정될 수 있으며 국가단위의 책무로써 안전한 식재료 생산 공급 체계 확립을 통해 친환경농업확대와 농정전환을 요구해왔다.

먹는 문제가 학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학교급식을 넘어 모든 단체급식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며 더불어 모든 국민의 밥상전환까지 기획하는 소위 ‘공공급식’까지 국가 책임관리를 기약한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자손 만대 안녕’하는 풍요로운 나라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사회상이며 밥상에 올라오는 모든 식재료에 대한 생산 계획에서부터 식량안보, 식량주권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자본과 기업에 휘둘리지 않는 밥 한 그릇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동학에서 출발하여 ‘밥이 곧 하늘’이며 人乃天의 평등과 더불어 삶의 輔國安民을 이야기하던 옛 선인들을 알지 못해도 좋다.
 
우리는 먹을거리로부터 평등과 배려와 나눔 혹은 배분과 복지라는 키워드를 꺼내어 농업과 일자리와 민주적인 균형사회에 대한 계획을 의도하며 현재와 미래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얘기하고 있다. 그것이 나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녕 즉, 사람 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대통령은 후보시절을 상기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국정기획과제를 재검토하며 안전한 국민밥상의 실천과제를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