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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지면 86호 15면 운영진칼럼]
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 정명옥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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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9  07: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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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 정명옥

   
▲ 정명옥 이사(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
예전에 밥상은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장이었다. 상에 밥 한 톨을 흘리면 꾸지람을 들으며 주워서 먹도록 했다. 심지어 방바닥에 흘린 것이라도 가능하면 먹으라며 지청구를 들었다. 발우공양까지는 아니라도 밥그릇을 비울 때는 남김없이 깨끗이 긁어 먹어야 했다. 이렇게 훈계를 들으면서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한 흘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먹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형제가 많으면 ‘콩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라는 속담을 들어가며 음식은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야 함을 몸으로 배웠다. 한 끼의 밥을 가족과 함께 먹으면서 삶의 기초가 되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다.

학교급식을 무상 또는 의무급식으로 정착시킨 것은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학교급식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좁은 식당에서 많은 인원이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부족하여 급하게 식사를 해야 한다. 한창 뛰어 놀 나이의 초등학생인 경우 한 시간이 채 되지 못하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다음 차례의 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며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실제로 잠시라도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과다) 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급하게 먹는 둥 마는 둥이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일 경우는 한 술도 뜨지 않고, 혹은 한 입 베어 물고는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아이들이 식사하는 시간은 고작 오 분 정도일까? 이렇게 밥상을 맞이하는데 음식에 대한 고귀함이나 감사함이 깃들 여유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그나마 식사지도를 하면 교사의 말을 새겨듣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오륙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속된말로 어른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고깃점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그야말로 암투가 벌어지기 일쑤다. 친구 식판의 반찬을 빼앗거나 배식하는 사람에게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가서 더 달라고 조른다. 뒷사람이 먹지 못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음식, 확장해서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매일 이루어지는 급식에서 음식 남기는 것에 무심하고 음식을 버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애써서 만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개 먹을 것이 흔하기 때문에 쉽게 버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적으로 풍부해진 것은 식품시장이다. 음식을 취하기 어려운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 음식이 많다고 해서 함부로 버리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음식은 다른 생명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해 온 것은 아닐까.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을 먹지 않고 버리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급식시간에 밥(음식)을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은 공부시간에 공부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제 아이들에게 ‘음식을 왜 함부로 버리는가’를 진지하게 묻는 어른이 많아져야 한다. 몸의 상태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길 수 있다. 그럴 때에는 불특정하지만, 배고픈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곱게, 깨끗하게 처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한 측은지심이 음식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에서 갈러질 수 있지 않을까.

밥은 하늘이다. 우리 아이들이 ’하늘‘을 먹고 자라게 할 것인가. 쓰레기를 먹고 자라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이들을 둘러싼 모든 어른의 몫이다. 밥은 하늘이요 생명이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키워나가는 것, 학교급식을 보다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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