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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여행칼럼]천고마비의 계절! 술 향기 따라 강원도로....김지연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 공정여행가
지면 87호 6면/슬로푸드 여행칼럼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 공정여행가 김지연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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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2  09: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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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 공정여행가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서늘한 가을바람을 따라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으로 유명한 강릉으로 슬로푸드 슬로여행을 떠난다.

모든 것이 무르익고 향기를 뿜어 대는 만추!
술 빚기 좋은 계절이 왔다.

강릉에는 잘나가던 헌법학자가 이제는 전통주 빚는 술쟁이가 된 ‘예술’주조가 있다. 홍천군 내촌면에 자리한 양조장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시원하고 물 맑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산자락 아래 품격 있는 한옥 양조장은 술 빚는 양조장보다는 선비의 기개 있는 서당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는 ‘동몽(단호박청주 17%), 만강에 비친 달(단호박탁주 10%), 홍천강 탁주(탁주 11%), 배꽃 필 무렵(떠먹는술 11%), 동짓달 기나긴 밤(복분자청주 16%), 무작53(증류주 53%) 6종류의 술을 제조 하는데 술 이름이 가지는 운치가 기가 막히다.
오전부터 6종류의 술을 시음하니 술잔에 혀만 대었다 떼어도 취기가 오른다.

알딸딸한 정신에도 배꼽시계는 울어대니 천고마비, 아니 천고인비란 말이 아주 딱 맞는 듯하다. 점심 후 두 번째 행선지인 ‘두루’라는 양조장을 들렀다. 젊은 부부가 귀촌하여 운영하는 양조장인데 이들 부부는 중학생 자녀에게도 전통주 학습과정을 이수하게 하여서 전통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 두루는 처음에는 식초와 누룩을 만들다가 차츰 삼선(탁주), 애석(청주) 메밀로 술을 빚어 내린 증류주인 메밀소주를 출시 중이다.

술을 빚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스스로에게 지어준 호가 있는데 ‘不醉紅姸’(불취홍연)이다. ‘술을 마셔 얼굴이 붉어지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또한 취하지 아니 한다‘로 풀어 쓸 수 있겠다. 불취홍연의 얼굴을 하고 강릉시내에 1920년대부터 운영하던 옛날 양조장을 리모델링하여 맥주양조를 하고 있는 버드나무 브루어리를 찾았다. 이곳은 맥주 양조와 판매를 함께하는 곳인데 곳곳에 옛날 양조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과거 누룩방이 있었던 공간에 맥주 양조시설을 배치하고, 펍에서 양조시설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공간을 구분해 맥주를 마시는 사람에게 현장성을 부각 시키고 있다.

   
▲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우리말 맥주들

버드나무 브루어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우리말을 즐겨 사용한다. 양조장 이름은 물론 미노리 세션, 즈므 블랑, 하슬라 IPA, 창포 에일 등 생산하는 맥주의 이름을 우리말로 지었다. 미노리는 이 맥주에 넣는 국내산 쌀을 생산하는 강릉의 한 지역명이며, 즈므는 해가 지는 마을을 뜻하고, 하슬라는 큰 바다라는 뜻과 함께 옛 강릉의 지명이라 한다. 외국 술인 맥주도 강릉 술로 녹아내력 강릉시민의 벗이 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여장을 ‘선교장’에 풀었다. 이곳은 효령대군의 11대손인 가선대부 이내번에 의해 처음 지어져 무려 10대에 이르도록 나날이 발전되어 증축 되며 오늘에 이른 곳이다. 아흔아홉칸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으로 1965년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 5호로 지정된 개인소유의 국가 문화재로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예전 경포호수를 가로질러 배로 다리를 건넜다하여 ‘선교장’이란 이름을 지었지만 이제 그 호수는 논이 되었다. 그러나 대장원 뒤의 노송 숲과 활래정의 연꽃, 멀리보이는 사계절의 운치는 천하제일이다.

강릉하면 커피축제의 커피 향기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필자의 강릉여행은 술 향기가 가득하다. 멋드러진 선교장에서의 고즈넉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연엽주를 빚기 위해 ‘수을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매년 연엽주를 담는데 이 술은 항라리가 아닌 연잎에 술을 싸서 연밭의 연잎에 매달아 3일밤 3일낮 강릉의 높고 낮은 기온을 고스란히 견디어 익은 술이다.

특히 이 연엽주는 연잎위의 술을 연줄기를 빨대 삼아 빨아서 마신다. 조선의 선비들은 청련계를 만들어 종종 연잎에 술을 부어 연줄기를 꺾어 돌려가며 술을 빨아 마셨는데 이를 ‘하심주‘라 한다

풍광 좋은 산자락 끝에 좋은 벗들과 연잎의 술을 마시며 조선선비의 풍류를 느껴보노라니 여기가 무릉도원인지 극락인지 ......

하 세월 힘들고 지칠 때 잠시 시름 내려놓고 주거니 받거니 좋은 기운 마시며 그 옛날 집집마다 맛좋은 술을 빚어 내 집 찾는 객들에게 한잔씩 내어 놓았던 것처럼 우리 술의 르네상스를 살포시 꿈꾸어본다.

   
▲ 예술주조의 누룩 말리는 풍경
   
▲ 연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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