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우 연천친환경사과연구회 총무

경기도는 2016년 11월 16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2016년 경기도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열고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공급확대 및 운영방안과 광역급식지원센터 설립, 학교급식안정화기금 확보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경기도 학교급식의 중점 심의 대상은 친환경 과일 학교급식 공급에 관한 것이었는데, 집행부 측에서 준비한 안에 대해 심의 위원간의 이견으로 예정된 시간을 훨씬 초과하면서까지 격론을 벌였다.
논쟁의 핵심은 저농약 인증 유효 기간이 끝나면서 경기도산으로 공급할 수 없는 친환경 사과 등의 대책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경기도 학교급식 주무부서인 농식품유통과 문제열 과장은 “2016년 9월 현재 친환경 사과의 관내 공급은 0%”라는 보고와 함께 대책으로 “도내산 사과와 배에 대한 보조금을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해 도내산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도내산 과일 공급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사과는 G마크 사과로 대체하고, 친환경이 어려운 거봉 포도도 G마크인증품으로 공급하면 호르몬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집행부의 보고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G마크 인증 과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순간 경기도에서 친환경 과일을 만들어 내는 건 요원한 일”이라며 “G마크 과일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거나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심의위원 간 논쟁이 시작됐다. 심의위원들은 집행부 안대로 할 경우 친환경농업의 후퇴가 예상되고, 친농연 주장대로 할 경우에는 G마크 인증 과일이 있는데도 관외 농산물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격론 끝에 “친환경 인증 과일을 생산할 수 있도록 3년동안만 G마크 인증 과일에 대해 지원한다”는 단서 조항을 마련하면서 논쟁은 일단락 됐다.
그 후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준식)는 품목별 친환경농산물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연천군에서는 친환경사과연구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7년 드디어 경기친농연 소속 농민들이 생산한 무농약 사과가 학교급식에 공급됐다.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에서 또 하나의 품목이 개발된 것이다.
이에 5년 여 도전 끝에 무농약 사과 생산에 성공한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홍성우(31) 농민을 만나 무농약 사과 생산에 대한 성공사례를 들었다. 홍성우 농민은 현재 연천친환경사과연구회 총무와 의정부교구 가톨릭농민회 총무를 맡고 있다. 인터뷰는 9월 25일 오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홍성우 농민의 사과 과수원에서 진행했다.
<김규태 기자>

- 언제 어떻게 농사 할 생각을 하게 됐나
▸학교 졸업 후 영등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과일 유통업을 하시는 아버지를 돕다가 직접 과일을 생산할 생각을 하게 됐다. 26세부터 시작했으니 5년됐다.

- 농사 규모는
▸총 8천평 중 사과는 4천평이고 나머지 땅에는 콩과 들깨 등 손이 덜 가는 작목을 심고 있다. 이것도 농사 노하우가 생기면서 조정된 것이다. 처음엔 멀칭도 하지 않고 감자를 심었다가 혼이 났다. 돈도 돈이지만 사과 일을 할 수 없어 손이 덜 가는 품목으로 조정했다.

- 사과 농사는 어떻게 시작 하게 됐나
▸처음부터 사과농사를 생각하면서 귀농했다. 사과 농사를 선택한 이유는 저장이 가능해 11월 생산해서 다음해 5월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유통업을 하시기 때문에 농사의 쉽고 어려움이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유리한 품목으로 사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 처음부터 친환경 농사를 생각하고 귀농한 것인가
▸아니다. 무작정 귀농을 한 후 성당에 나갔다가 친환경 사과농사를 하시는 분들을 만나 카톨릭농민회에 가입하면서 친환경농사를 하게됐다. 카톨릭 신자가 인연이 돼 친환경 사과농사를 하는 분들을 만났다.

- 작년 경기도 학교급식심의위원회에서 무농약 사과 생산이 어려워 3년간 GAP 사과를 학교급식에 공급하기로 했는데, 성공 여부는 어떤가
▸올해 어느정도 성공을 했다. 20%정도가 달렸는데 나무에 달린 것은 거의 다 지켜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도 일기가 안 좋아 농약을 친 농가도 수확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것 같다. 아마 내년 농사를 하고 나면 완전한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 작년 실패와 올해 성공의 차이점은 무어라 생각하나
▸봉지씌우기다. 봉지를 씌우면 선녀벌레 등이 직접 과일을 가격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봉지를 씌워도 벌레는 먹는데 확산 효과를 막을 수 있다. 작년에는 봉지를 씌우지 않아 실패하고 올해 처음 봉지 씌우기를 했다. 올 수확 가능한 농가는 13농가 중 4농가이다. 올해도 봉지를 씌우지 않은 농가는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다. 10톤 중 50kg만 수확한 농가도 있다.

- 올해 수확한 사과는 얼마나 되나
▸홍로 품종을 9월 초 1.7톤 학교급식에 출하했다. 2.5톤 달고 2톤 수확해 흠집 있는 거 골라내고 1.7톤 출하했다.

- 사과 품종은 어떻게 되나
▸추석때 먹는 홍로는 수확이 끝났고, 이제 서리 오기 전에 부사를 수확하면 된다. 10월 30일 쯤 수확 하려고 한다. 약한 서리는 괜찮은데 된서리를 맞으면 안된다. 지금 달린 사과는 거의 다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 올해 사과농사를 평가한다면
▸봉지를 씌우면서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 부사도 병은 안 걸렸지만 농사 경험이 없다 보니 일부 냉해 피해를 입었다. 연천의 다른 무농약사과 농가들은 해마다 땅을 팔면서 사과 농사를 해 왔다. 이제 무농약 사과의 성공 가능성을 보았으니 내년부터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학교급식 사과 가격은 어떤가
▸기준을 삼기는 어렵지만 노력에 비해 적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무농약 사과의 가격을 논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사과 농사를 성공시키는게 우선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농가들이 성공해 20톤 정도 출하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 농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자본적으로 어렵다. 친환경 자재는 비싼데 수확이 없어 투자비용도 못 건지고 있는 형편이다. 또 아버지의 도움으로 감자와 콩 농사를 했는데 감자를 수확하면서 두 가지를 겸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품목을 잘 못 선택하면 오히려 사과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걸 알았다.

- 홍성우 씨만의 농사 비법이 있다면
▸올해 사과 농사 성공과 관련 다른 사람들은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하지만 나름 과학적으로 농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울을 활용해 1g도 틀리지 않으려고 하고, 친환경 약제를 제조할 때도 지하수의 PH를 정확히 측정해 비율을 맞추고 있다. 농가마다 지하수 PH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비율이 모두 달라야 하는데 대부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기성 농가들이 하는 것처럼 했으면 나도 올해 또 다시 실패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농사 경험이 없어 더 빨리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교급식은 혼자서는 못한다. 올해 경험을 살려 내년에는 연천지역 다른 농가들과 함께 무농약 사과농사를 성공시키는 것이 과제다.

- 다른 사과농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농약 사과 농사는 확실히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내년 3년차에는 수확을 얼마나 할지 모르지만 점차적으로 성공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물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사과는 확실히 된다고 말하고 싶다. 또 농민은 가난하다는 인식을 없애고 싶다. 농사를 지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준을 만들고 싶다.

▲ 영등포에서 과일 유통을 하고 있는 홍성우 농민 아버지 홍정만(60) 씨. 홍 씨는 틈 나는 대로 아들 농장에 와서 농장 일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