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墨정원 9 번짐

▲ 장성자 식량닷컴 급식정보센터장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희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10 여 년 전 나는 시에도 심취해 있었다.
내가 시인이 되고자 했다기보다 인생에 시집 한 권 얻는 것도 큰 의미 있는 삶이 되겠다 싶었던 ......
그때 접한 어느 시인의 시 중 한 편을 지금 읊조린다.
9월 첫 날 이천시 교육농장 토크콘서트를 다녀왔다.
관계자 여러분을 비롯하여 여타 정치에 뜻 있는 분도 몇 자리하였다. 그 자리에서 떠 오른 시가 ‘수묵정원’ 9 번짐이었다.

공공급식 식량민주화의 대표언론 ‘식량닷컴’에 자의 반 타의 반,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덜컥 ‘식량닷컴’ 급식정보센터장을 맡으면서 또 한 번 일을 저지른다.

이제 나는 또 번지려 한다.
15년 넘게 소비자운동가로 활동한 내가 정부정책, 생산자, 유통업체의 세상을 좀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직업이 정치가이고 소비자다. 농사에 종사하는 사람은 농부이고 소비자다. 유통업을 하는 사람은 유통업자이면서 소비자다. 그들 또한 소비자란 말이다.

나는 좀 더 안전한 소비자가 되고자 한다. 모두가 그러했으면 한다. 정치가이고 소비자인, 농부이고 소비자인, 유통업자이고 소비자인, 마냥 소비자인 우리의 삶은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단순함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 단순함의 끈을 순간 놓친다.
건강한 삶을 살고자 대가를 지급하며 치료를 받고,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고자 가습기를 사용하였고, 좀 더 안전한 소비자가 되고자 약간의 대가를 더 지급하더라도 친환경 인증 먹거리를 원한다.

살충제계란을 누가 먹고자 하겠는가!
다들 열심히 살지 않은가! 잘 벌어 잘 써야 하지 않은가!
‘부모는 돈 버느라 죽어나고 자식은 돈 쓰느라 죽어난다.’는 어느 드라마 대사를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나 뿐 일까?
(水墨정원 9 번짐-장석남시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