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한 아파트 숲, 쭉쭉 뻗은 도로... 철저한 도시계획 아래 만들어진 일산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고양시. ‘친환경급식 생산자와 함께 하는 농장 토크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고양시에 친환경 농가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될까 라는 궁금증을 갖고 콘서트가 열리는 ‘전윤순 농장’을 찾았다. 큰 길을 벗어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누런 가을 들녘이 등장하고, 깔끔한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4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토크콘서트는 회를 거듭할수록 토론의 주제가 다양화되고 깊이있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참가자들 스스로 급식주체간 소통의 자리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크콘서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양시 토크콘서트에서는 △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친환경 급식에 대한 교육 및 홍보의 필요성 △학교급식 현장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유경 기자>

▲ 지난 13일 '친환경급식생산자와 함께하는 2017 고양시 농장 토크콘서트'가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고양시 전윤순 농가에서 열렸다.

토크콘서트의 좌장을 맡은 최재관 대통령농정공약실천을위한농어업포럼 집행위원장은 “친환경 농업은 먹거리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땅과 물을 지키는 소중한 농업”이라면서 “고양시 급식의 다양한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하고싶은 이야기, 궁금한 점, 바라는 점을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토크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염현수 고양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고양친농연) 회장은 “유기농업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온 농업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수확량 증대만을 위한 농업으로 바뀌면서 친환경·유기농업은 사라지게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초등학교까지가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친환경 급식이 확대되어 건강한 급식은 물론, 친환경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성자 식량닷컴급식정보센터 센터장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생산자이고 소비자이다.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풍산중학교 조우상 영양교사는 “갈수록 급식예산 편성이 어렵다. 중학교 1인 3,500원의 급식비 중 식품비는 2,370원이고 나머지가 인건비와 운영비로 쓰인다. 해마다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식품비 보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양(교)사들은 바른 먹거리를 바르게 제공해서 학생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어려운 실정이다. 고양시에서도 하루빨리 중학교 친환경 급식지원이 마련되어 좋은 식재료, 우수한 우리 식재료가 학생들에게 공급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상기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총출하회 회장은 “경기도가 해마다 친환경 생산물을 늘리고 있다. 과거 재배되지 않던 생강과 양파, 감자를 출하하기 시작했고 100%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시도 자체급식과 도 광역급식체계를 연계하여 유연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친환경 로컬푸드가 단순하게 좋은 먹거리만이 아니라 지역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 이어 객석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제기됐다. 특히 고양시영양교사회 정경주 영양교사(오마초)는 “초창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벌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민감하다”면서 “정부가 친환경 급식이 좋다는 식의 홍보를 넘어 친환경 급식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친환경 급식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출하 농산물과 관련,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닌데 크기와 무게, 수량 등의 규정을 너무 빡빡하게 하고 있어 힘들다’는 농민의 의견에 대해서는 조우상 영양교사는 ‘서로 이해하고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또한 영양교사,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농장견학 프로그램의 활성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자리 마련, 지역 내 농산물의 판로 개척, 경기도 출하회와의 연계 방안 모색 등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한 농민은 버섯재배와 학교급식출하의 고충을 전하면서 “다른 농산물은 친환경 인증이 있으면 학교급식 공급이 가능하지만 버섯은 친환경 인증에 G마크 인증까지 받아야 가능하다. 또한 다른 채소는 2일 간격 출하인데 버섯은 1일 출하로 운송비 부담도 있다”면서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관 위원장은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중학교까지 친환경 급식 지원 확대와 친환경 쌀 공급이 고양시 친환경 학교급식의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현재 국가는 학교급식에 10원도 내지 않고 있다. 학교급식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서 우리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고양친농연(회장 염현수)에서 마련한 친환경 밥상. 고운 색깔을 자랑하는 비빔밥과 따뜻한 국, 손님 대접을 위한 떡까지 정성이 담긴 밥상이었다.

▲ 토크콘서트가 개최된 전윤순 농가의 비닐하우스 농장. 쌈채소를 수경재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