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과정에서 친환경 농가에서 조차 살충제 및 사용 금지 농약 검출 등의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의 먹거리 안전성 강화 방침과 함께 친환경 인증제 변경 및 강화방안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당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이하 친농연)는 ‘농가의 자성과 함께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또한 농약관리의 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전수조사 후, 계란에 대한 안전성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친환경 인증 농산물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이후 정부는 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 최근 친환경 인증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의 주요내용은 ▲인증제 개편 및 기준강화= △무항생제축산물 정부인증 폐지 후 민간자율 전환 유도 △안전성 위해 분야에 대한 ‘안전·위생관리’ 인증 기준 강화 ▲인증 농가의 사후관리 및 감독강화= △인증농가·인증품에 대한 ‘안정성검사’ 대폭 강화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위반 농가에 대한 처분 강화 △중대한 부정행위자의 과징금 부여 및 재정사업 참여 제한 △인증농가의 친환경인증 관련 교육 의무화 ▲인증기관 관리 강화= △인증기관 평가를 통한 부실기관 퇴출 유도 △동일기관 3회 연속 인증신청 금지 △인증기관 지정기준 강화 △인증기관 활동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소비자 신뢰 확보= 소비자 정보제공 확대 및 소비자 참여·평가 강화 등이다. ‘안전성 추구’를 내세우면서 친환경농업 및 인증과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는 것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농업 관련 단체·기관들이 정부의 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친농연,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회장 곽금순, 이하 한살림),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회장 김범석) 등은 aT센터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데 뜻을 모았다.

지난 17일 열린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에서 내걸었던 농정공약들은 지난 100대과제에 포함된 것이 거의 없다”면서 특히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각종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농장과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친환경인증제 개선방안 역시 친환경농업의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채 안전성 검사 및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규제강화만 내세운 정부의 개선방안을 보면 친환경 농민을 예비범법자로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려 하겠는가”라며 정부의 인식과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러한 제도개선 방안을 만드는데 있어 당사자인 친환경농업인들과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면서 “일반적 통보 수준”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무항생제 인증 폐지로 인한 피해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후 친환경농업의 발전과 올바른 정책 확립을 위한 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친환경농업 개혁과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가칭)’의 구성을 결정했다. 대책위원회는 친환경농업 생산자, 소비자 생협, 시민단체, 학술단체, 인증기관 등으로 구성하고, 이달 말과 11월 말 토론회 개최 및 농식품부 장관 면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지난 17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등은 aT센터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