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참학) 강혜승 서울지부장(49)을 만나기로한 날은 전날부터 시작된 인천광역시의 고교무상급식 시행 논란으로 시끄럽던 날이었다. 가장 큰 문제인 예산에 대한 논의가 없었고, 일방적으로 단체장이 관계기관과 충분한 숙의와 소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발표한 것이 문제였다. 인천시교육청이 이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참학 활동은 물론 급식운동에서도 많은 역할을 담당했던 강 지부장은 인천시 고교무상급식 논란에 대해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복지정책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강 지부장과의 인터뷰는 따뜻한 가을 햇살,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 벤치에서 진행됐다.
<이유경 기자>

- 포퓰리즘에 의한 선심성 고교무상급식 시행은 위험
- 건강한 시민운동·먹거리 운동 지속되어야

▲ 강혜승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울지부장

강혜승 지부장이 참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이다. 우연히 참학 상담실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듣다가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본인 이야기로는 ‘어떻게 하다 보니 지회장을 거쳐 서울지부장까지 맡게 됐다’고 하는데, 5년째 지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어떻게 하다 보니’라는 말은 한참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인터뷰 직전까지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교육 관련 모임에 참석을 했고, 인터뷰 직후에도 또 다른 일정이 잡혀있었다.

교육개혁의 최전선에 서다
강혜승 지부장과 참학 서울지부는 교육계의 다양한 개혁과 변혁에 앞장서 왔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는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의와 함께 진보교육감 선출을 위한 노력을 했고, 결실을 거뒀다. 교육혁신지구, 친환경무상급식운동 등 교육정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문제도 제기했다. 중학교 교육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평가와 긍정적인 발전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중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며 치열하게 싸웠고, 문명고 사태에도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누리과정 문제로 세종시를 방문해 피켓시위를 했고, 참여연대와 함께 반값 등록금 운동도 진행했다. 그리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운동에도 빠지지 않았다.

‘참학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아이들 키우기 쉬웠을 것 같다’며 웃는 강 지부장은 이제 24살 아들과 22살의 딸을 키우고 있다. “저 역시 보통 엄마와 다르지 않아요. 모든 활동이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선배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성과가 쌓여가면서 이제 참학 활동도 정착되어 큰 어려움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고교무상급식확대, 철저한 준비와 합의가 우선되어야
강혜승 지부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운동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 배옥병 서울시먹거리정책자문관, 전은자 서대문구학교급식지원센터장 등과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운동을 전개했다.
그녀가 급식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참학 활동을 통해서다. 학교운영위원회로 활동하면서 급식소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는데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됐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시민 서명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에 동참하게 됐단다. “아이쿱, 한살림에 가입하면서 건강한 먹거리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되고 시야도 넓어지는 계기가 됐어요”라면서 교육과 급식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이라는 말에 강 지부장은 단호하게 ‘무상급식이 아닌 의무급식’이라고 말한다. 무상이라는 말에는 ‘공짜 밥’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길 우려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급식이 단지 한 끼니를 학교에서 해결하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으로서 급식의 가치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중요함을 알기에 강 지부장은 서울시 광역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을 비롯해 급식소위원회, 가격심의위원회, 단가조정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강 위원장에게 현재 급식운동의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친환경 급식, 유통체제 마련 등 다양한 성과가 있지만 가장 큰 의의는 학교급식의 직영화라고 생각해요. 학교가 직영을 하니까 이윤을 남기는 장사를 할 필요가 없고 학교장 책임아래 건강하고 좋은 급식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친환경 의무급식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학교급식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선 문제와 GMO 문제, 깨끗한 물 관리 등에 대해 고민하고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 부분은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안전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모니터링은 아직 안 되는 상황입니다. 면밀하고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해요. 고등학교 석식문제도 고민입니다. 고등학생 때 제일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오히려 인스턴트 음식이나 자극적인 먹거리를 선호해요. 식생활 교육도 필요한 부분이죠”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급식지원에 대해 강 지부장은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특히 재원마련이 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고교 급식지원 논의보다 학교급식법을 개정해서 중앙정부가 학교급식을 지원하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정확보로 급식조리사, 조리종사원들의 처우개선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의 과정은 생략한 채, 선심성 복지공약의 일환으로 고교급식을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관계자들의 충분한 숙의와 협의를 통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강혜승 지부장은 친환경 의무급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급식운동의 동력이 사라지고 주춤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 진보교육감 선출 과정에서 급식운동을 주도했던 다양한 세력들이 공적인 공간에 흡수됐다. 운동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정책과 그러한 정책들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는 했어도 시민운동과 공적인 시스템은 명확히 다르다는게 강 지부장의 생각이다. 시민운동공간에서 더욱 활동적이고 다양한 정책과 의견들이 생산되어야 하고 그것을 정치라는 공간을 이용해 실현하는 것이 사회발전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친환경 급식의 정착이 식생활·먹거리 운동의 종착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식재료 유통과정 개선을 통한 유통 수수료 및 식재료 단가 조정, 제철과일 공급, 저소득층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 공급을 위한 지원정책, 왜 급식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그걸 만들어 내는 것은 광역센터도 아니고 바로 시민운동차원에서 만들어 가야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형식적인 회의, 잘 짜여진 시스템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급식 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강 지부장. 학교 현장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급식의 참된 가치를 아는 급식전문가가 부족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학교교육과 급식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꾸준하고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온 강혜승 지부장은 그래서 참학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고, 학부모 운동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평가도 잊지 않았다. 건강한 시민사회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민운동, 먹거리 운동의 중심에서 더 많은 활동을 펼칠 강 지부장의 앞으로의 발걸음에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