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백 센터장 광주광역시 광산구학교급식지원센터

아랫녘을 향해 가는 길은 멀었다. 이른 아침에 서울을 출발했지만 서울을 벗어나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렸고,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광주광역시 광산구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광산센터)는 광주시 평동주민센터와 평동농협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2013년 12월 개소식을 갖고 관내 88개 학교 가운데 58~60개교 4만여 명의 학생의 급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광산센터의 이병백 센터장은 식생활 운동 초창기부터 참여를 해왔다.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했을 1980년대부터 한살림에서 활동을 하면서 식생활 교육, 먹거리 운동에 관심을 가져왔다. 중매인으로 많은 시간 경험을 쌓으면서 유통구조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갖게 됐다. 그러한 활동을 밑거름으로 광산센터 건립에 큰 역할을 했다.
유통의 변화와 급식센터의 기능에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이병백 센터장을 광산센터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규태·이유경 기자>

▲광산센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설립됐나.
= 현 구청장이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13년 초 학교급식 TF팀이 구성되고 생명농업과 안에 급식팀이 만들어졌다. 이후 도시농업팀 소관으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건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에 위탁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위탁을 하려면 아예 하지말자고 했다. 직영형식으로 센터를 만들자고 주장을 했고, 광주시교육청에서 ‘광주형 학교급식센터’에 대한 용역을 시행했다. 광주형 학교급식센터는 작은 창고에 배송만 위탁을 주고, 물류·품목선정·안전성 검사 등 종합적 관리감독은 센터에서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직영으로 할 경우, 어려움도 있다. 조직 확대도 어렵고, 발 빠른 대처가 힘들다.

▲ 광산센터를 통해 어떤 식재료가 공급되고 있나.
= 기본적으로 친환경 쌀과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쌀과 농산물은 관내에서 생산된 것을 우선으로 한다. 가공품도 공급하는데 농민들이 직접 만든 것,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가공품을 공급하기도 하는데 많지는 않다. 일반적인 가공식품들은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간다. GMO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GMO 제품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그래서 학교급식만큼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급적 된장이나 고추장은 non-GMO 제품으로 공급하려고 노력한다. 김치는 공동구매를 하고 있고, 수산물은 아직까지 학교에서 직접 하고 있다. 안전성 검사를 위해서라도 광역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 현재 광산구 내에 32농가가 있는데 이 농가들과 센터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센터의 업무는 안전한 식재료의 공급과 함께 지역농민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초창기에 친환경 작목반을 만들었지만 학교급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지금 새롭게 조직을 준비하고 있고, 이를 위해 광주전남 친환경농가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4년 동안 참여하면서 지역농민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AI 파동, 살충제 파동에도 문제가 없었다. 안전성 검사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 식재료 공급 외에 센터에서 어떤 업무,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 식생활 교육의 일환으로 올해 도시텃밭체험을 시작했다. 광산구 소유 3,000평 규모의 땅에 활동 부지를 마련해 어린이집과 학부모-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첫 해라 체험활동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 다른 농업체험장을 제공하고자 양봉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학교급식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급단가를 결정한다. 심의위원회 내에 학부모, 영양(교)사, 농민, 사회단체 등 5명으로 구성된 소심의위원회가 역할을 하고 있고, 센터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급식주체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광산센터 개소4주년을 기념하는 토크콘서트를 열고 또 하나의 소통의 장을 준비하고 있다.

▲센터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이나 개선방안이 있다면.
= 처음부터 학교급식 문제는 전체 먹거리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확대나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느리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급식의 전면 확대이다. 이어 일반 농가에 대한 자체 인증방안 마련, 소비자와 학부모 조직 구성, 친환경 농업의 확대와 조직화에 대한 비전을 센터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교급식만의 유통구조를 넘어 도농상생을 위한 유통구조의 개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 학교급식, 급식센터가 유통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 학교급식은 공공먹거리의 시작이다. 하지만 학교급식만으로 농민들이 살아갈 수 없다. 공공급식으로의 확대를 비롯해 도시소비자도 손쉽게 안전하고 건강한 ‘로컬푸드’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친환경이나 로컬푸드를 위한 유통구조가 필요하다.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용을 줄여야 하고 소비자, 생협, 생산자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 방안을 찾는 것이 로컬푸드의 숙제다.
학교급식은 이러한 유통구조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로컬푸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 않나. 여기에 광역단위의 센터가 마련돼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자치단체는 물류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조직의 활성화를 모색하면 된다.

▲ 물류시스템 관리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광역센터 설립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현재 광산센터는 주무관 2명이 물류시스템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식재료의 수·발주를 비롯해 출고, 전산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자체 전산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데, 계절에 따른 품목 준비 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클레임도 거의 없다.
광역센터 설립을 위해 광주공공급식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은 급식운동의 동력들이 모여서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활동하는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에게 광역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병백 센터장은 “현재 유통구조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농민”이라면서 농업유통구조에서 농민이 자존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로컬푸드’라고 말했다. 로컬푸드는 지역단위의 먹거리가 아니라 지역마다의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유통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교급식이 그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먹거리 운동이 학교급식, 특히 친환경 학교급식이 정착단계로 들어가면서 그 동력을 잃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이병백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친환경 학교급식은 시작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먹거리의 가치를 찾고, 상생의 방법을 모색하며, 건강하고 안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 광산구학교급식지원센터 직원(왼쪽부터 김유미 ‧김정미 주무관, 이병백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