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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칼럼]통상관료의 일방통행에 제동 걸어야지면 제90호 14면 <오피니언> (2017.12.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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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13: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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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소장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예전과 같은 익숙한 장면이 또 다시 재연되었다. 지난 10일 정부가 한미FTA 협정문을 개정하는 재협상을 시작하고자 공청회를 열었지만 결국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현 정부에서 왜 이런 일이 또 다시 발생했을까. 다른 분야에서는 과거 정부의 국정농단이 수술대 위에 오르기도 하고, 비록 아쉬운 결과지만 논란이 되었던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 여부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숙의제 방식도 도입됐다. 그런데 왜 민감한 통상협상 분야에서는 과거의 장면이 재연된 것일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무엇보다 통상관료들의 구시대적 행태에 주목하고자 한다. 정부는 바뀌었지만 통상협상을 책임지는 관료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오히려 김현종 본부장처럼 구시대 인물이 등용되는 역주행도 벌어졌다.

통상관료들의 낡은 행태 가운데 하나가 공청회 의견수렴을 요식행위로 여긴다는 점이다. 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을 시작하려면 통상절차법이 정한 바에 따라 피해영향 평가, 의견수렴, 국회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통상관료들은 이런 절차를 요식행위로 보고 일사천리로 강행했다. 당초 공청회 파행 이후 통상관료들은 ‘공청회라는 의견수렴 절차가 완료됐다’면서 조만간 국회보고 후 한미FTA 재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애초에 공청회 자체를 그저 일회성 요식절차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중요한 피해영향 평가 보고서도 부실하게 만들어 제시했고, 그 부실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된 공청회마저도 중간에 중단됐지만 어쨌든 공청회를 열었으니 의견수렴 절차가 끝났다고 강변한 것이다. 물론 그 이후 다시 농민단체와 간담회도 하고 공청회를 한 번 더 하기로 했으나 통상관료들의 의식과 행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통상협상은 사안의 특성상 특히나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이다. 그러다보니 통상관료들이 엘리트의식에 젖어 국민의견이나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독단과 독선에 빠져 일방통행으로 나가기 쉽다. 또한 국민의 의견을 듣거나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요식행위에 그치고 만다.

그러다보니 정부 발표만 듣는 국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은 시시비비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김현종 신임통상교섭본부장도 그랬다. 적어도 지난 8월까지는 그런 입장이었다. 그런데 10월에 열린 공동위원회 이후 갑자기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이 그렇게 급변한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없었고, 또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게다가 8월에 열린 공동위원회 결과를 설명할 때,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이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며칠 후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9.3)>가 “미국은 한국의 농산물 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 거짓말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통상관료들의 낡은 행태에 그동안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던 농민들이 “농업의 추가양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항의하고 절규하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이번 한미FTA 재협상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막말을 쏟아내며 집요하게 압박하여 시작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 바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당하지 않으려면 대부분 전문가들은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막말에 주눅 들지 않으려면 국민의견과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요식적인 절차, 일방통행식 강행, 비밀주의 협상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통상관료들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누가 그 제동을 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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