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학교에서 먹거리의 귀중함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버려지는 먹거리에 대한 안타까움... 생산자의 수고를 알아야
[인터뷰] 이정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경기지부 부지부장
지면 91호 6면 <공공급식> (2017.12.18)  

이정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참학) 경기지부 부지부장(57)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결혼 전 이 부지부장은 경기도 부천 소재 중학교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결혼하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아이 두 명을 키웠다. 요새 말하는 ‘경단녀’였다. 그러던 중 2002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외국인노동자단체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2007년 즈음, 교복 공동구매 문제로 학교에 갔다가 혁신교육에 앞장섰던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다.  외국인노동자단체 일로 당시에는 사양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학교운영위원위원회 활동을 했고, 이것이 참학과의 연결이 됐다.
참학 안양지회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이정심 부지부장과의 인터뷰는 매서운 겨울 추위가 계속되던 12월 초, 경기도교육청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유경 기자>  

▲ 이정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경기지부 부지부장

학부모운동의 방향전환... 교육정책에 관심가져야 
결혼과 함께 교사직을 그만뒀다는 이야기에 기자는 “아깝다”는 말을 했다. 이 부지부장은 “당시 사립학교는 결혼이나 출산으로 그만두는 것이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면서 남편 직장 때문에도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수학이 어렵다’는 학생들의 반응과 수업준비에 대한 부담감 등도 만 5년을 일한 학교를 그만두는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참학 안양지회는 자생적인 출발이 아닌 지역사회의 프로젝트처럼 만들어졌기에 회원을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참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가장 큰 벽이었다. “참학이라고 하면 과격한 단체라고 생각해요. 공무원인 남편 승진에 문제가 될까봐 가입을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죠. 참학은 좌우 개념이나 이념을 앞세우는 조직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학부모들의 마음에서 출발한 것입니다”라며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학부모운동에 대해 “학교라는 제도권안에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조직되어 활성화되고 가시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졸업하면 학부모 활동도 졸업(?)하면서 연속성이 떨어지고 있어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결국 “학부모 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정책’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담아내는 활동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지부장은 전직 교사로서 ‘학부모와 교사간의 협업과 소통이 건강한 학교를 만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차라리 서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학급운영과 학생지도에서 서로 소통하다보면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해도 같이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어요”면서 학부모와 교사의 교류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전하는 경기교육급식을 말할 때
이정심 부지부장이 학교급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가 고등학교 급식에 불만을 얘기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위탁급식을 하고, 중식에 석식까지 했는데 아이가 “급식이 형편없어 못먹겠다”면서 먹지도 않고 버린다는 말을 했단다. 나중에는 급식에 대해 아이가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될 정도였다고. “반찬 나오는 것을 보고는 재활용을 한다거나, 남은 식재료를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어요. 공립학교인데 왜 그렇게 밖에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었어요.”

비단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참학 경기지부에서 유치원 급식 평가를 갔는데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의 급식에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사립유치원은 양도 적고, 국에도 건더기가 없는 등 무성의해 보였다면서 “유치원 아이들이 아무리 적게 먹더라도 양이 너무 적었어요. 결국 공공급식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현재 경기 학교급식의 수준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 입맛을 고려해서인지 튀김이나 가공식품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도 전했다. “아이들의 선호도를 무시할 수 없고, 열악한 급식조리환경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급식’이기에, 그리고 아이들의 하루 세끼 식사 중 가장 좋은 식재료와 영양가를 맞춘 식사이기에 가공식품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남기고 버려지는 음식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잖아요. 어려서부터 집과 학교에서 먹거리를 귀하게 여기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어른이 되도 달라지지 않아요”라고 먹거리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농산품, 친환경 농산물이 가격 경쟁에서 수입농산물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가격도 싸고 모양새도 좋은 수입농산품을 먹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농장에서 사과 수확을 해봤어요. 생각처럼 쉽지 않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친환경 농업인들을 비롯해 생산자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 수고와 노력을 제대로 알고 우리 먹거리와 식량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정심 부지부장. 값싼 수입농산물의 공세에도 우리 농민과 농업, 소중한 먹거리, 식량주권만큼은 지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