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정 어청식 기자

지난 3회에 걸쳐 두 축협을 대상으로 지역 농·축협 문제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를 쓰는 동안 수많은 의혹과 논란이 오고 가 기사작성에 매우 어려움을 느꼈고 완성된 기사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물론 본 기자의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취재하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수차례 들은 이야기가 본 기자를 취재과정에서 더 절망의 수렁에 빠뜨렸다. “전국 어딜 가나 매한가지”라는 이야기.

흔히 농협을 ‘까도 까도 끝이 없다’며 양파라는 별명을 붙이는 선배 기자들의 말이 취재기간에 피부로 와 닿으면서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 권력화된 조합장과 이사회. 그를 둘러싼 치열한 권력다툼은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협동조합은 자율성과 독립성, 책임감, 서로 돕는 것이 이익이라는 사고가 없다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도 최소한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신뢰’를 찾아볼 수 없었고 의혹과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투명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부터 투명성을 운운해놓고 자신들이 감사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아, 결국 본 기자는 검찰로부터 자료를 입수해야 했다.

이런 부정적인 현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독자인 농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나부터도 이런 내용의 기사는 그다지 쓰고 싶지 않다. 그러나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더 나은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제 기능을 하려면 무엇보다 ‘투명성’을 확보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급선무란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다.

협동조합의 민주성은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에 더해 각 조합원의 책임감과 상호부조가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의 원동력이다. 민주주의는 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표성과 조직 운영에 대한 책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선 지역 농·축협은 최소한 지켜야할 원칙인 대표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제대로 된 제도와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대표성과 책임성을 갖추려면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모든 교육지원사업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농·축협이 어떻게 예산을 집행하고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대의기구와 대표자인 이사회와 조합장이 얼마나 농민의 이익을 실현시켰는지 알 수 있다. 또 이를 토대로 조합원들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조합장과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농·축협 임직원들은 그들대로 조합원들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은 조합원들이 지역 농·축협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이는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 결과에 대해 조합원 탓을 하고 있는 격이다. 실제로 지역 농·축협의 경제사업이 제 구실을 하고 농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게 하려면 이를 운영하는 임·직원의 선제 노력이 필요하다. 농민 조합원들이 농·축협의 경제사업에 책임 있게 참여하고 농·축협의 갖가지 사업에 참여하면 할수록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사례를 지역 농·축협 자원을 활용할 권리를 가진 임·직원들이 먼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들 탓하는 것과 꼭 닮았다. 정치인들이 먼저 유권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할수록 삶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유권자들이 정치·선거 참여에 대한 만족감을 갖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선거에 제시된 선택지에서 그 어떤 것도 자신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줄 선택지가 없다고 여겨 투표를 하지 않는다. 이는 사실상 이들이 선택한 가장 ‘정치적인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