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타결, WTO 출범과 함께 시작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으로 전국의 광역 및 기초지자체들이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전국적인 학교급식 시대가 시작됐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학교급식의 특징은 WTO 시대, 가격 중심의 시장경제로부터 농업을 보호하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먹거리 조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진행되던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이후 도 단위 광역급식지원센터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지자체들의 학교급식 추진 시스템은 지자체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전국적으로 가장 먼저 도 단위 친환경급식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다. 2009년부터 시작된 경기도의 친환경학교급식은 2018년 현재 9년째를 맞고 있으며, 416억원의 예산으로 도내 1,965개교 134만 5,000여명의 학생들에게 우수농산물 학교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는 의무교육과 함께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중학교까지 친환경급식을 확대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있지만 친환경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중학교는 40%에 머물고 있다. 원인은 높은 친환경농산물의 가격과 복잡한 운영시스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식재료 소비량이 늘어나 초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급식을 기피하고 있지만, 학교 영양(교)사들은 급식비에서 식품비와 운영비가 분리돼 식품비가 보장될 경우 친환경급식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적으로 급식비에서 식품비와 인건비를 분리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면서 경기도교육청도 곧 식품비와 인건비를 분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식품비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복잡한 학교급식 추진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경기도의 친환경학교급식 확대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매 단계마다 수동으로 진행되는 경기도 학교급식 수발주시스템
교육청–경기농식품진흥원 불통 속 영양(교)사–배송업체가 역할 대행

학교급식의 시작은 학교 영양(교)사들의 식재료 발주로부터 시작된다. 경기도 학교 영양(교)사들이 경기도 학교급식을 관장하고 있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서재형, 이하 진흥원)에 식재료 발주서를 넣으면 진흥원은 이를 학교급식공급대행업체(신선미세상, 공급업체)에 보내고 공급업체는 학교별로 식재료를 소분해 시군단위 42개 배송업체로 보낸다.

언뜻 보면 간단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산을 이용한 수발주가 중간에 끊기면서 일일이 수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산이 끊기는 원인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진흥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양(교)사와 배송업체 관계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1주일 단위로 진행되는 수발주는 보통 목요일에 진행된다. 학교 영양(교)사들은 진흥원이 아닌 배송업체에 엑셀로 된 수발주 파일을 보내고, 배송업체가 이를 진흥원 프로그램에 다시 등록하면 진흥원이 최종 확정하는 구조다. 진흥원이 수발주 내용을 확정하면 곧바로 공급대행업체로 전달되는데 이때 학교에서 신청한 친환경농산물이 부족할 경우 일반으로 대체된다. 이 때부터 복잡한 시스템이 발목을 잡는다.

진흥원으로부터 수발주 내용을 전달 받은 공급업체는 즉시 공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데, 기계로 찍어 내는 공산품과 다른 농산물 특성상 당초 공급계획과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공급업체는 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수발주 내용을 수정해 다시 진흥원으로 보내면 진흥원은 이를 배송업체로 보내고 배송업체는 다시 학교로 보낸다. 수정된 발주서를 받은 영양(교)사들은 품목과 가격을 다시 조정해 배송업체로 보내고 배송업체가 이를 진흥원에 보내면서 수발주 수정 작업이 완료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급식이 진행되면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에 공급된 친환경농산물에 문제가 생겨 클레임 처리돼 일반으로 교체될 경우 영양(교)사와 배송업체, 진흥원 간 또 다시 수정작업이 반복해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클레임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산물의 보조금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기도는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할 경우 일반 농산물의 30%를 차액지원하는데 친환경 감자, 양파, 과일류는 50%를 지원하고 가공식품은 15%를 지원한다. 따라서 이들 품목이 클레임 등으로 대체될 경우 품목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변경되면서 전체 금액의 수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청이 투명한 계약을 위해 eaT 프로그램 사용을 요구하면서 영양(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학교와 진흥원 간 상이한 프로그램으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준비도 없이 새로운 시스템 사용을 강권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영양교사회 최진 회장은 “진흥원과의 업무 처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오히려 eaT를 사용함으로서 급식업무가 더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서초등학교 정명옥 영양교사도 “복잡한 수발주시스템으로 영양(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수수료 문제만 없다면 eaT 시스템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배송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생겨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심지어 급발주를 해도 왜 급발주를 하는지 원인 파악도 하지 않은채 앉아서 확정 버튼만 누르고 있는 진흥원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진흥원만 없어도 배송업체와 학교 영양(교)사들의 업무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광역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권오정 영양교사(당진 면천초등학교)는 “충남은 수발주시스템 안에 센터와 학교가 다 들어와 있어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식품비와 인건비가 완전 분리되면서 학교에 현물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eaT를 사용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권 영양교사는 또 “충남도와 교육청은 큰 틀에서의 합의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 까지 섬세하게 파악해 준비해 놓고 있는데 경기도는 현장 사람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인 것 같다”며 진흥원과 교육청의 분발을 강조했다.

4차혁명 시대, 학교 영양(교)사들이 발주서를 작성하면 배송업체, 진흥원, 공급업체 등 모든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수발주프로그램이 개발돼 영양(교)사들의 업무가 경감되어야만 40%선에 머물러 있는 중학교의 친환경급식 확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식품비를 분리해 현물급식이 이루어 질 경우 경기도 친환경급식은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