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먹거리의 가치와 힘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인터뷰]송정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

아침식사는 거르는 것이 일상다반사, 점심은 회사근처 식당에서 7~8,000원 정도에서 고른다. 온갖 조미료로 맛을 낸 찌개와 단짠 반찬 몇 가지로 쫓기듯이 점심을 먹는다. 야근 후 집에 가면 저녁밥 해먹기 귀찮아 라면을 끓여먹거나 배달앱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선택한다... 언제부터 끼니는 ‘때우는 것’이 되었고, 건강한 밥상은 로망일 뿐 현실은 인스턴트와 배달음식이다. 삼시세끼,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균형 잡힌 식단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다.
하지만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젠 ‘오래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건강을 위해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각종 건강식품과 ‘카더라’ 통신을 통해 접한 건강보조제에 무한 신뢰를 보내기도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좋은 먹거리’라는 문제는 뒤로 미룬 채.
‘국민에게 건강을, 농민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건강한 먹거리 운동을 펼치고 있는 ‘희망먹거리네트워크’가 지난 2월 총회를 열고 새로운 상임대표를 선출했다. 친환경 식재료와 가공식품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는 ㈜네니아의 송정은 전무(48). 그녀는 좋은 먹거리의 중요성, 농업·농촌과의 상생,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송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그녀가 시작부터 함께 했던 인사동의 ‘꽃, 밥에피다’라는 한식당에서 진행됐다. <이유경 기자>     
  

▲ 송정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

아이 건강을 위해 시작한 먹거리 공부
송 대표가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딸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어린 딸이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 병원에 갔지만 원인치료는 아이가 좀 더 커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약을 먹을 때만 좋아졌고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았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감기를 달고 살았고, 자라면서 성장통과 관절통도 심해졌다.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우연히 자연먹거리에 대한 책을 읽었고, 제일 중요한 것이 자연주의 먹거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집 냉장고 음식을 다 버리고 생협, 유기농 개인매장에서 먹거리를 사기 시작했어요. 먹거리를 바꾸고 1년 정도 지나자 아이 증상이 좋아졌어요. 면역력도 좋아졌죠.”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급식을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학교급식 식재료가 엄격하지 않던 시절. 수입산 식재료에 물엿이 범벅인 식단을 보고 ‘이것을 먹어서는 절대 건강해 질 수 없겠다’ 싶어 진단서를 제출하고 내내 도시락을 쌌다.

좋은 먹거리를 위한 활동
송정은 대표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함양에 녹색을 지지하는 사람들 1만명이 모여 폐교를 리모델링하고 생태건축, 자연치유, 자연먹거리를 교육하는 ‘녹색대학’을 만들었는데, 창립위원회 소속으로 함께 참여했다. 아동학과를 나온 터라 녹색대학에 참여하면서 대안교육, 공동육아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간 유기농 공부를 해온 것을 바탕으로 ‘녹색구멍가게’라는 매장의 운영을 담당하게 됐다. 당시 지리산 일대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 등을 판매했고,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았단다.
이후 우리밀 급식(㈜네니아의 전신)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워낙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고,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네니아에서 일을 하면서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한 식당 ‘꽃, 밥에피다’와 북촌에 친환경 전문 마켓도 문을 열었다. 서울시 지속가능식생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GMO 문제, 가공식품 문제, 친환경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한다.

먹거리운동에서 학부모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학부모가 학교행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어려워요. 게다가 아이들이 학교에 계속 있는 것이 아니라 졸업을 하면 학교를 떠나기 때문에 학부모 운동 역시 지속성을 갖기 힘들죠. 또한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도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먹거리는 삶의 방식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이와 학부모 모두 말이죠.”

국·영·수만을 강조하는 교육에서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무엇을 먹고 살며 어떤 것들이 내 삶에 적용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삼각김밥에 라면, 햄버거를 먹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아이들과 학부모를 보면 안타깝기만 하단다. 급식도 마찬가지다. 영양선생님이 기껏 좋은 식재료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도 ‘맛없다’고 그냥 버리는 아이들과 ‘왜 우리 아이에게 맛없는 것을 먹이냐’며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아직도 많다.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이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영양(교)사, 교장, 교감, 행정실 등 계속 학교에 머물러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안에서의 교육도 중요해요. 비싸다고 아이들만 좋은 것을 먹일 것이 아니라 부모도 좋은 것을 같이 먹어야죠. 좋은 것을 먹다보면 사회성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학교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도 교육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님들이 먹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좋은 먹거리 운동, 상생과 환경을 지키는 일
‘희망먹거리네트워크’는 당초 학교급식 운동을 중심으로 시작된 단체이다. 이제는 학교급식을 넘어 국민 먹거리로 시선을 확장시키고 있다. Non-GMO 운동, GMO 완전표시제를 비롯해 좋은 먹거리의 가치를 알리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시키는 고리의 역할, 건강한 농업을 위한 연계활동을 하고 싶다고 송 대표는 말했다.   

“학교급식에 3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그 정도 규모를 농·수·축산, 가공품을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한다면 우리 농업도 많은 부분 안정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48%가 가공품인데 대부분의 가공품이 수입품이거나 수입재료를 원료로 만든 것들이죠. 원가절감을 위해 각종 첨가물을 넣고, GMO에 대해서도 관대할 수밖에 없어요. 최소한 학교급식만이라도 가공식품을 우리 땅에서 생산된 것으로 한다면 농촌도 살리고, 더 건강한 먹거리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결국에는 친환경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의 가치와 힘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 네트워크가 잘 안착하고, 잘 준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NGO단체로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기쁘게, 가치를 찾아가면서 활동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좋은 먹거리의 가치가 많은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러한 가치들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