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맛있는 급식을 위해 레시피 개발에 최선
‘선생님 같은 영양교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에 가장 큰 보람 느껴
[인터뷰]조영선 부천 도원초등학교 영양교사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3월에 가장 분주하고 바쁜 곳은 바로 ‘학교’ 아닐까. 신입생이 들어오고, 봄방학을 끝낸 학생들은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만난다. 새 교과서와 새 학용품까지... 모든게 새롭고 그래서 3월의 학교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조영선 영양교사(45)의 근무지는 부천시 심곡동 도원초등학교. 조금은 가파른 경사길에 위치해 있다. 1986년 개교한 도원초는 몇 해 전 학교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학교가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된 느낌이다. 조영선 교사는 1998년 식품위생직을 시작으로 2007년에 영양교사로 임용됐다. 줄곧 부천시에서 근무했고,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경험한 2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다음 세대를 키워나갈 수 있는 직업이기에 영양교사를 선택했다”는 조영선 영양교사와의 인터뷰는 도원초 영양상담실에서 진행됐다. <이유경 기자> 

▲ 조영선 도원초등학교 영양교사

“도원초는 이번이 두 번째 부임입니다. 처음에는 총 급식인원이 1,500여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교직원을 포함해 435명 정도입니다. 1/3도 안 되는 숫자로 줄었죠. 특수학급을 포함해 총 18개 학급입니다. 이 정도 규모면 작은 학교라고 볼 수 있죠.”

서울과 접하고 있는 부천은 교통도 편리해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고, 학교도 많이 생겼다. 중동신도시가 개발되면서 편의시설, 교육시설이 중동으로 집중되기 시작했고 중심지가 됐다. 그러다보니 외곽지역은 점점 주민수도 감소했고, 도원초가 위치한 심곡동의 상황도 그러하다. 신도시 개발지역에 있는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외곽지역은 적은 학생수로 고민한다. 어찌보면 경기도의 많은 시군이 같은 문제로 고민할 듯 싶다.

작은 학교, 친환경 급식에 대한 어려움
학생수가 많지 않으니 급식준비가 쉽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만도 않다. 학생수가 적다보면 급식단가 책정에도 어려움이 많다.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매일 과일간식이 가능하지만, 적은 학교는 일주일에 2회 정도 할 수 있단다. 특히 인건비 상승은 작은 학교에는 더 큰 부담이다. 급식비에서 식품비와 인건비가 분리되지 않다보니 인건비 상승으로 식품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인데, 친환경 식재료의 높은 단가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나마 초등학교는 좋은 식재료로 급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는 그마저도 힘들어 학생들이 만족하는 급식을 공급하기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교에 아이들이 먹는 식재료를 공급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논리가 우선되어서는 안됩니다.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중요한 일이거든요. 국가가 확실하게 지원을 하고, 공급업체 역시 음식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확실한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 개발에 최선
조영선 영양교사는 2017년 11월 경기도·경기도교육청이 공동주최하고 경기도영양교사회·경기학교영양사회 후원으로 열린 제3회 친환경 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첫 회에도 서류심사는 통과했는데, 본대회는 사정상 출전을 못했다. 지난해에도 생각도 못했는데 주위의 권유로 급히 준비를 했단다. 영양교사와 학부모, 학생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나가는데, 도원초 급식소위원회 위원장이 흔쾌히 수락해 ‘녹색사랑(조영선, 한혜선, 이성민)’이라는 팀명으로 출전, 오색비빔밥과 바비큐소스 감자 갈비구이, 또띠아감자피자를 선보여 대상을 수상한 것.

“대회에 출품한 식단은 수다날(수요일은 다 먹는 날, 잔반줄이기 캠페인)에 학생들에게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메뉴예요. 그래서 이름도 ‘수다밥상’이죠.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오색비빔밥, 친환경 레시피 미션 식재료로 나온 감자를 이용해 갈비구이와 또띠아 피자를 만들었어요. 바비큐 소스를 이용해 오븐에 구웠는데 오븐이나 철판에 구우면 감자 식감이 좋아져요. 또띠아감자피자는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레시피입니다.”

조영선 교사는 워낙 레시피 개발에 관심이 많다. 똑같은 조갯국이라도 어떤 조개를 쓰느냐에 따라 국물맛이 달라진다. 그런 것들을 체크하고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만들어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식단을 만든다. “식단명은 비슷할지 몰라도 학교마다 다른 점이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조영선 영양교사는 힘주어 말했다. 

▲ 지난 해 11월에 열린 제3회 친환경 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에서 대상을 차지한 도원초 ‘녹색사랑’팀과 친환경 감자를 이용한 ‘수다밥상’

한 끼 때우는 급식이 아닌 건강을 책임지는 급식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삼시세끼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중·고등학교에서 종종 아이들이 ‘급식먹으러 학교와요’라고 말하는데, 정말 학교에서 먹는 급식이 제대로 된 유일한 식사인 경우도 많거든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도 많고, 한부모 자녀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정말 잘 먹어야 할 성장기의 아이들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집보다 잘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구요.”

그래서 1년에 2차시씩 진행하는 영양수업도 많은 고민을 담아 진행한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성향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고, 싫어하는 음식도 호감을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캠페인이나 퀴즈대회를 열어, 수상자들에게는 이름을 새겨 넣은 숟가락을 선물하기도 했다. 몸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는 오전 10시까지 파악을 해서 흰죽을 제공한다.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학부모 총회시 학교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급식정보를 공개하면서 학부모들의 협조를 구한다.

“선생님같은 영양교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뿌듯했다는 조영선 교사. 실제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다고 알려온 제자도 있었다고. 갈수록 급식이 어렵다는 그녀는 레시피 오디션 수상자로 일본연수를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다. “일본 학교급식은 반찬도 두 가지 정도로 많지 않았어요.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식중독 예방 차원에서 과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이 익혀서 제공됩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 식단이 제공되고요. 무척 단순한 식단인데 잔반률도 높지 않고, 배식과정이나 정리과정까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대단했습니다.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식재료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품목은 물론 규격도 다양화되어 있고, 엄격하게 지켜집니다. 그렇게 완벽하게 처리된 채소는 처음 봤어요”라며 우리나라도 급식문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올해는 우리 쌀을 이용한 교육과 체험학습을 해보고 싶단다. 그리고 통일 이후 급식에 대한 고민도 해본다는 조영선 교사. 끊임없이 노력하고, 더 좋은 급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를 준비하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