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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여행칼럼]우리네 인생 맛, 달콤 쌉싸름한 댕유지리온소연 공정여행가
지면 98호 7면 식품ㆍ건강(2018.05.23)
리온소연 공정여행가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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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4  15: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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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과 당유자 모두 다 숲을 이루어
섬나라 농사 밭에 가을빛 깊어졌네.
일찍이 꽃필 때는 하얀 눈을 뿜어내는 듯하더니
잠깐 새 얽혀진 가지에 황금덩이 녹아 부었네.
- <김양수 詩>

   
리온소연 공정여행가
맛의 방주 농장에서 만나는 진짜 제주
짙은 초록빛 아담한 나무마다 어른 주먹만 한 황금덩이들이 달려 있다. 올망졸망 귤빛 자태를 뽐내며 달려 있는 모습이 어지간히 귀엽다. 오고 가는 손님들을 위한 가랜드로 꾸며 놓은 곳곳의 포토존에 사진 찍는 손길이 바빠진다. 아기자기한 귤 밭에 마음이 홀딱 뺏겨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제주에 여러 번 다녀가면서도 귤 농장에 가보지 못했다. 유명한 관광지와 맛 집 천국인 제주에서 농장은 여행의 우선순위에서 늘 빠지기 마련이다. 이번에 슬로푸드 여행을 하며 농장에서 진짜 제주를 만났다. 꿩엿, 푸른콩, 댕유지, 흑돼지 등 예로부터 내려온 제주의 맛과 기억을 온 몸으로 느껴보았다.

귤향기 영농조합법인(제주시 노형동 160)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달콤 시큼한 향이 밀려온다. 댕유지 청을 만들기 위한 썰기 작업이 막 끝난 터였다. 고영희 대표는 생강 간 것을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면서 생강 한 스푼을 넣고 훌훌 저어 댕유지 차를 맛보라고 건네준다. 일반 유자차처럼 달지 않고 시큼 쌉싸름한 맛에 놀라 눈이 커진다.
   
▲ 댕유지차를 생산하는 제주도의 영농조합법인 '귤향기'의 전경
감기 예방 ,제수용, 약용으로 널리 사용되던 댕유지
댕유지는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 재래귤 품종으로 당유자나무 열매를 부르는 말이다. 제주에서 당유자는 ‘댕유지’ 또는 큰 유자라는 뜻으로 ‘대유지’라고 불렀다. 댕유지, 대유지, 댕오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집집마다 몇 그루씩 심어놓던 친숙한 과일이다. 재래 귤 중에 과실의 크기가 가장 크고 향이 좋아 서귀포 민가에서는 유교와 무속의 제수용으로 올리는 귀한 과일이었다.

찬바람이 강해 감기에 걸리기 쉬웠던 서귀포 지역에서는 감기예방과 치료를 위해 댕유지차를 준비해 수시로 마셨다. 겨울에는 뜨겁게 여름에는 차게 마시며 민간 식이요법으로 일 년 내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로 댕유지는 레몬보다 비타민C 함량이 4배가 많고, 유기산 함량은 유자보다 2배 높다고 한다. 간의 치료에 효과가 있어 약용으로도 쓰였다. 이렇게 식용, 제수용, 약용으로 널리 사용되던 제주 토종 귤 댕유지는 점점 베어 없어져 지금은 몇 몇 곳에만 남아 있다.

소멸되고 있는 제주 토종 귤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에 국제 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됐다. 제주 동부 농업기술센터에서 기능성 감귤 육성 사업의 하나로 댕유지 재배를 추진한다고 한다. 댕유지 체험 농장이 생겨 제주 귤의 다양성을 널리 알리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금귤, 감귤, 청귤, 유감, 유자, 댕유지... 이름만 소리 내어 불러 보아도 입 안에 향기가 돈다. 
  
“옥 같은 열매가 다시 남쪽에서 오면
 멀고 가까운 곳에 나누어 주어 길이 맛보게 하여야지. “

귀하고 좋은 것을 먹은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것인지 귤을 맛보고 멀고 가까운 이들을 떠올린 정조의 마음처럼 아끼는 이들과 따뜻한 댕유지 차를 한잔 마셔야겠다. 향긋한 차향이 퍼지는 곳에 달콤 쌉싸름한 댕유지 맛을 닮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들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겠지. 
   
▲ 어른 주먹만한 과실이 탐스럽게 열렸다. 댕유지는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재래귤 품종으로 '맛의 방주'에 올라있다.

   
▲ 댕유지청을 만들기 위해 썰어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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