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빈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

이빈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전국평학) 대표와의 인터뷰는 기자에게 수업과도 같았다. 이빈파 대표가 무엇을 가르치려 들어서가 아니라, 그간 급식운동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는 흡사 시험을 앞두고 총정리를 하는 기분이랄까.
급식운동의 현장, 그리고 학교급식의 현장에서 학교급식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던 이빈파 대표는 현재 학교법인 충암학원 상임이사로 지난해 8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한 공간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다 보니 법인 사무실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지 않아 여전히 학생들로 가득한 교정에서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기자를 위해 이빈파 대표는 직접 나와 환한 미소로 맞아줬다.

평학은 2008년 5월 설립됐다. 올해로 10주년. 회원수는 약 700명 정도이고 충청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단다. 민중공동행동 민중학부모회로 출발했다가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평등한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이 됐고 친환경무상급식이야 말로 평등교육의 의미를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었기에, 평학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 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내걸어 성공했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이 2010년 선거를 통해서다. 당시 25개 광역단위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모토로 삼은 21개 지역이 선거에서 승리를 했다. 이빈파 대표는 선거 이후 당시 성북구청장의 요청으로 성북구 학교급식의 설계를 담당했다. 요샛말로 빅-피처를 그린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
얼마전 GMO 완전표시제와 학교급식에서 GMO 퇴출을 요구하는 청원이 있었다.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참여로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았지만 마뜩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빈파 대표는 GMO 문제만이 아니라 급식을 포함한 국민 먹거리 전반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한 공식화된 협의체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먹거리는 생명과 연결되는 중요한 것이다. 우선 모든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하는 대통령 직속 먹거리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지방에는 생산과 소비를 계획하고 담당하는 조직이 만들어져서 계약재배, 전량소비로 안정적인 공급과 안전한 먹거리 소비가 체계화돼야 한다. 농업현장에서는 견학과 체험으로 새로운 교육패턴을 만들 수 있다. 시도지사협의회나 교육감협의회에서 지역 간 정보와 정책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향후 통일농업까지 이어지면 어마무시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먹는 것만큼은 믿을 수 있고,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빈파 대표. 식량안보, 식량주권을 계속 말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식량문제는 답답하다. 이에 대해 “농업을 아는 사람이 농업을 기획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식량문제는 결국 농업과 연결된다고 이빈파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농업정책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정책도 농업정책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영양(교)사, 교육정책관도 농업과 농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농업기반이 탄탄해 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급식으로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가 마련되고, 학교급식에는 건강한 먹거리가 제공될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사회를 최우선으로 둔다면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그 해답은 ‘공공급식의 확대’에 있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GMO 완전표시제 요구, 급식운동의 새로운 중심
이빈파 대표는 학교급식 운동에서 선도적인 운동과 실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식운동이 친환경무상급식의 확대 등으로 운동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급식운동을 해온 운동가들은 ‘친환경무상급식은 급식운동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급식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GMO 완전표시제야 말로 급식운동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먹거리는 삶의 기본권이다.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좋은 먹거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요즘 학교급식은 친환경, non-GMO 식재료가 들어간다. 이것을 제대로 하려면 모니터링을 해야만 하고, 안전확인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그 시스템에서 생산부터 공급, 유통, 소비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친환경무상급식’의 시스템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적용돼야 한다.”

배움터에서 주는 급식, 삶터에서 주는 급식, 사먹는 음식 모든 것에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고 전 국민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체계적인 기획-생산과 소비계획을 포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빈파 대표의 생각이다. 지금의 선언적 운동 형태로는 식량주권 문제, 식량자급률 문제의 대안을 마련할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실천적 사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운동, 학교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져야
그렇다면 학부모 운동은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이빈파 대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동등한 학교교육의 주체이지만 학부모는 열외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학교에 상주하지도 않을뿐더러 학생은 학생인권조례, 교사는 교권이라는 말로 보호받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학부모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는 제1선에서 학교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져야한다”고 말한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등이 법제화되면서 학부모의 학교활동이 보장받고 있다. 과거 수업도우미, 동원대상, 돈 내는 대상으로 학교교육의 주체가 되지 못했던 학부모의 활동이 이제는 제도화됐다. 그만큼 학부모의 역할의 중요해 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들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도 현실.

“학부모가 학교에서 영향력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과 관련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급식이고, 두 번째가 학교예산 운영과 감시, 마지막으로 수익자부담 교육비에 대한 직접 참여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어떤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개진하고, 모니터링하고,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학부모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빈파 대표 역시 아이 때문에 학부모 활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담임교사에게 손찌검을 당하는 아이를 보면서 ‘무엇을 해야할까’고민하다 시작한 이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엄마들은 내 아이에 관한 문제라면 가장 확실하고 가장 빠르게 행동한다. 모든 엄마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웃음짓는 이빈파 대표. 그녀의 건강하고 활기찬 에너지가 5월 햇살처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