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넘게 차를 재촉해 도착한 남양주시. ‘친환경학교급식생산자와 함께하는 2018 남양주시 농장토크콘서트’가 열리는 채소마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기자를 반기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비닐하우스였다. 조금은 따가운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깨끗하고 튼튼하고 매끈하게 지어진 비닐하우스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셀 수 없는 비닐하우스 사이로 바쁜 농부의 손길이 보이고, 손님 맞을 채비가 한창인 아낙네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도 정겹기만 하다. 저녁준비로 바쁠 텐데도 ‘먼길 오느냐 허기질테니 먹으라’며 황태육수에 시원하게 말은 잔치국수와 방금 버무린 겉절이를 내준다. 이번 콘서트는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준식, 이하 경기친농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주최, 남양주친농연·식량닷컴 주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의 후원으로 5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남양주친농연의 배려와 정성이 듬뿍 담긴 자리가 됐다.

▲ 1부 농장토크에서 구희현(친환경무상급식경기도운동본부)상임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오후 3시 식량닷컴 김규태 대표의 사회로 개회식이 시작되면서 토크콘서트의 문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남양주시청 유기농과와 남양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를 비롯해, 경기도 학교급식의 전처리를 책임지고 있는 ㈜신선미세상에서도 참석했다. 김준식 회장은 인사말에서 “경기도 친환경 1,100명의 농민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콘서트가 열리는 채소마을의 대표이자, 남양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남양주친농연) 회장, 경기친농연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재형 회장은 “오늘 행사를 준비하면서 남양주시 유기농과와 교육지원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오늘 이 자리에도 함께 했다. 친환경은 안전한 먹거리와 환경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농업인들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급식비 지원 확대 및 현실화 필요하다”
개회식 후 이어진 급식토크는 좌장을 맡은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구희현 상임대표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학부모를 대표해 참석한 금서현 덕소고등학교 급식소위원은 “집에서 워낙 유기농으로 식탁을 준비해 왔다.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인데 집에 와서 ‘급식에 고기반찬이 두 가지나 된다, 반찬 가짓수는 많은데 먹을 것이 없다, 생선요리는 왜 안나올까’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 입맛만을 따라가기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선 부모들이 집에서 좋은 식단을 만들어야 친환경 급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영 송라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친환경 농산물이 처음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친환경 농업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이들에게 친환경 식재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싶지만 지원액이 한정돼 있다. 올해도 이제 5월인데 이미 1년치 보조금의 40% 가까이 소비하고 있다. 보조금이 확대돼서 가공품도 친환경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양주시에서 생산되는 좋은 로컬푸드가 좀더 많이 학교로 들어오기를 바라고, 식재료에 대한 각종 안정성검사 결과를 보다 쉽게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재형 회장은 “친환경이 초기에 비해 많이 좋아지고 영양(교)사들의 친환경에 대한 인식도 상당부분 개선되어 고맙다. 남양주시의 급식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희현 대표는 “급식의 최고 책임자는 교육감이다. 결국 급식은 교육이라는 말이다. 교육청의 결단 없이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쉽지 않다. 그리고 급식의 질 확보를 위해 식품비와 인건비가 분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끼 밥상으로 만난 소중한 인연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총출하회 김상기 회장은 “한끼 급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급식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예산정책이 수반되어야 하고, 급식비가 현실을 반영해 책정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식생활 교육과 농장체험 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서현 학부모 역시 “다양한 체험활동이 마련돼서 이미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를 대상으로 미각교육과 체험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청중 질의 응답시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경기도 학교급식지원센터협의회를 대표해 농장콘서트에 참가한 안양군포의왕공동급식지원센터 황영묵 센터장은 “학교급식에 로컬푸드가 들어가면 좋지만 경기지역의 특성상 로컬푸드만으로는 급식진행이 불가능하다. 각 시군별 특징을 살리면서 로컬푸드가 활성화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재형 회장은 “오늘 이런 토크콘서트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농업인만의 자리도 아니다. 앞으로도 학교급식 관계자들간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채소마을 농장에서 열린 급식토크에 이어 한재형 회장의 부인인 홍순덕 강사가 농장 견학을 진행 하고 있다.

토크콘서트 후에는 한재형 회장의 부인인 홍순덕 강사의 인솔로 채소마을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순덕 강사는 현재 압화체험 강사 및 마스터가드너로 관내 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토크콘서트 참가자들은 농장을 둘러보고 직접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오이를 수확했다. 남양주에서 최초로 유기농오이 인증을 받았다는 채소마을 오이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에 모두가 놀랐다. 이어 올여름을 시원하게 지켜줄 압화부채를 제작한 후, 남양주친농연 회원들이 준비한 풍성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나누면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 압화체험 강사 및 마스터가드너로 관내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홍순덕 강사가 참가자를 대상으로 압화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아이들의 한끼 밥상을 통해 만난 인연’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 한끼를 위해서는 생산자, 공급·유통업체, 영양(교)사, 조리사, 행정, 학부모·학생 등 많은 학교급식 관계자가 존재한다. 각자의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좋은 급식은 만들어 질 수 없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소통의 장이 바로 농장토크콘서트고, 그 목적이 가장 잘 드러난 남양주의 농장토크콘서트였다.

▲ 남양주친농연 회원들이 준비한 친환경로컬밥상을 참가자들이 맛있게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