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 평화밥상 참가자들이 한반도 각 지역를 대표하는 다양한 품종의 벼 묘종 화분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요즘처럼 물자가 흔하게 넘치는 세상에야 별 감흥조차 없겠지만, 잔칫날이나 돼야 먹을 수 있는 ‘이밥에 고깃국’은 없이 살던 시절, 부의 상징과도 같았다. 특히 요즘 웰빙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이겠지만, 전쟁이후 혹독한 가난 속에 끼니를 걱정했던 이들에게는 남다른 음식이다.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을 기념하는 ‘6·15기념 평화밥상-이밥에 고깃국’이 서울혁신파크 맛동에서 7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통일농수산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한반도 토종벼 남북교류협력 위원회 출범식’과 함께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6·15 평화밥상 개회식을 시작으로 △한반포 토종벼 포럼 △한반도 토종벼 남북교류 협력위원회 출범식 △축하공연 △한반도 토종벼 모내기 퍼포먼스 △6.15 기념 평화밥상 음식 소개 및 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개회식에서 국제 슬로푸드 한국협회 김종덕 회장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민간교류도 활발해 질 것이다.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상호호혜의 원칙에 입각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남북교류가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향후 (사)통일농수산의 활발한 활동을 주문했다. 또한,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진 종자와 음식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고 있는데, 남북간 활발한 교류로 북한의 종자와 음식도 맛의 방주에 등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토종벼 포럼은 △경과보고 △(사)통일농수산 공동영농협력사업 돌아보기 △한반도 전통재래벼의 현황 △토종벼 남북교류사업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희망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김원일 (사)통일농수산 사무총장은 “잠시 멈춰 있었던 10년을 뒤로하고 통일농업 활성화 작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앞으로 농업 및 민간교류를 지원하고, 남북 공동농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한반도기를 가득 채운 각 지역의 토종벼.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생소하지만 정겨운 쌀이름이 빼곡이 채워졌다.

한반도 토종벼 모내기 퍼포먼스는 화분에 심은 각 지역의 토종벼를 한반도기 위에 놓는 것으로 진행됐다. 최북단 함경도의 ‘유도’에서 최남단인 제주도의 ‘메산디’까지 다양한 품종의 벼가 한반도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드디어 평화밥상을 나누는 시간. 북한 옥류관 주방장 출신 윤종철 동무밥상 대표가 직접 나와 토종벼로 만든 밥과 술, 돼지국밥과 이북의 반찬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모두 식사를 하면서 행사는 마무리됐다.

▲ 6․15 평화밥상. 상차림 남북을 대표하는 쌀로 지어진 밥, 이북식 돼지국밥, 북한에서 주로 먹는다는 반찬, 그리고 쌀로 빚은 다양한 술이 준비됐다.

남과 북의 주식은 똑같이 ‘쌀’이다. 어찌보면 먹을 것부터 함께하는 것이 통일을 향한 가장 쉬운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과 북이 서로의 음식을 나누면서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를 추진해 나간다면,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의 아픔을 마무리할 날도 그리 멀지 만은 않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