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장

전국 최초로 전라남도에서 주민발의를 통해 2003년 2월 20일 ‘전라남도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조례를 제정할 때 목적은 우리 아이들에게 지역의 안전한 농산물을 먹이자는 취지였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농민들의 소득을 높여내기 위함이었다. 전라남도 일명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제정되면서 이후 전남 모든 시·군에서 동일한 조례가 제정된다.

이 조례의 핵심내용은 학교에 우수농산물(유전자 변형이 되지 아니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수축산물 및 이를 원료로 사용하여 가공된 식품)을 학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급식한다는 내용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전라남도 학교급식의 실태는 어떠할까?
얼마 전 둘째가 다니는 몽탄초등학교에 들러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학교급식 얘기가 나왔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무안군 학교급식의 현 상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몽탄초등학교는 몽탄중학교와 함께 급식실을 운영 중인데 대상자는 100여명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무안지역 급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목포 급식업체에 거의 사정하다시피 해 농수축산물 납품이 진행된다고 했다. 무안군 농촌지역 100명 이하 작은 학교들이 똑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전남 모든 시·군에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제정됐지만 조례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조례를 통해 지역의 학교와 학생들이 조례 내용대로 지역 우수농산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 일부 친환경농업단체들만의 유통사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학생들에게도, 지역 농민에게도 학교급식 지원조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적극성이 없다보니 학교급식 실태에 관한 정확한 자료도 없다. 학교급식이 비교적 잘된다는 지역도 지역 농수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미치지 못한다.

200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진보·보수 논쟁의 중심에 학교급식이 있었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학교급식 논쟁으로 시장직을 내려놓을 만큼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핵심 화두가 된 학교급식의 민낯은 솔직히 창피하기 짝이 없다.

선언적 진보의 한계다. 조례제정과 급식을 진행한다는 선언만 있었을 뿐 내용이 없었다.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제정되고 급식이 추진된다해서 조례가 제정되기 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교육과 보편적 복지정책의 중심이 된 학교급식문제가 선언적 진보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내용을 찾아갈 때이다.

더 이상 자치단체장 생색내기 학교급식은 안 된다. 지자체별로 급식에 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가 중심이 되어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공공급식 전반을 아우르는 중간지원조직으로 공공급식지원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로컬푸드와 연계해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의 안정적 판로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돌아오는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학교급식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며 안정적 소득이 보장되는 소농육성의 발판이 된다. 관공서 및 노인 마을급식으로 확대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수많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순환경제 실현의 획기적인 대안이 된다. 국민의 명령이다. 학교급식을 제대로 개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