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학교급식에 안전한 식재료 공급을 위해 시작한 non-GMO 학교급식 지원사업(관련기사: 본지 인터넷판 2018년 7월 2일자 참고)이 시작 한 달만에 관련 업체의 담합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도봉구를 비롯한 6개 자치구(도봉구, 성북구, 노원구, 강북구, 강동구, 서대문구)의 초·중·고 48개교에 공급되는 22가지 가공품을 모두 non-GMO로 바꾸는 시범사엄을 시작했다. 22개 품목은 학교급식에 주로 사용되는 된장, 간장, 고추장, 식용유, 밀가루, 토마토케첩 등 의 가공식품으로 우리 음식에 기본이 되는 장과 유지류 종류다. 6개 자치구와 함께 예산을 확보해 시범학교에 보조금(1인 1일 130원)을 지원하며, 참여 학교의 가공품 사용량을 토대로 가공식재료의 공급가격을 낮추었다. 이를 통해 장류 및 유지류를 친환경 국내산 가공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으며, non-GMO 학교급식 도입에도 기여하게 됐다.

그런데 9월 급식 식재료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도봉구와 노원구 18개 초·중학교의 일반 가공식품 입찰에 단 1개 업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 18개 학교는 모두 동북4구공공급식센터를 통해 non-GMO 가공식품을 공급받는 학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 급식관계자는 “증거는 없지만 명백한 담합”이라면서 “평소 7~8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왔다. 사업을 시작한지 한 달만에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학교에 단 한 업체도 입찰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당장 9월 학교급식에 비상불이 켜졌다. 입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업체가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학교급식센터협의회가 해당 학교에 경기도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를 소개해 주는 등 대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의혹업체들이 담합을 계속한다고 하면 여름방학을 막 끝낸 학교급식이 혼란을 피하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각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는 공급의 안정성과 식재료의 건강성을 보장받기 위해 김치와 수산물 등 공동구매사업을 진행해 왔다. 다만 가공식품의 경우  교육부가 일반입찰방식을 권장하고 있어 급식진영에서는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노원구청의  급식관계자는  “학교급식 식재료를 입찰로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면서 “지방계약법, 국가계약법에 위배된다 하여 공동구매방식을 도입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노원구는 급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등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 중이며 공정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한편, 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업체측에서는 “담합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시에서 지원하게 된 가공식품이 지금까지 전체 공급하던 양의 30~35% 를 차지하는데, 그 부분이 빠지다 보니 전체적으로 손실부분이 커졌다. 기업경영에서 손해를 계속 보면서 참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 큰 규모로 납품을 해오던 기업체 사정이 좋지 않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더욱 안 좋게 됐다는 것이 업체측의 주장.

이에 대해 한 급식관계자는 “급식단가와 학교급식 공동구매 및 입찰방식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공동구매가 품질이 보장된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들의 상대적인 소외감도 커졌다. 무엇보다 학교급식 배송을 담당할 배송업체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사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근본적으로 급식단가의 현실화와 함께 공동구매 제도에 대한 보완장치 마련 및 관계자들의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해당사업을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20년 까지 관내 25개 전체 자치구에 확대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노출된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시가 안전한 식재료 공급을 위해 시작한 non-GMO 학교급식 사업이 일부 업체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사업 시작에 앞서 지난 6월에 열린 'GMO로 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사업 가공품 품평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