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과일급식이 시작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과일을 공급하는 본래의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 뿐만이 아니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과 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 5월부터 공급되고 있는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시범사업’이 전국단위로의 확대와 관련, 부족한 예산 등 사업 차질을 우려해 김현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식생활교육지원법’ 개정안이 1년 2개월여만에 지난 8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과일간식 시범사업의 지방비 예산 편성 근거가 마련됐으며, 9월부터 전국 모든 지자체가 과일간식을 4,968개교(약 21만명)에 공급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지난 8월 26일 도내 어린이의 건강증진과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경기도 어린이 건강과일 공급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지역아동센터와 특수보육어린이집 원생에게만 공급되던 과일을 관내 1~5세 어린이에게 모두 공급하게 되며 총 사업비는 도비 104억원, 시·군비 104억원 등 208억원 규모. 도는 시·군의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에는 도비부담률을 올해 30%에서 50%로 높였다.

무상급식을 넘어 이제 과일급식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무상급식이 일정 수준에 오르고, 더 건강한 급식을 위한 고민이 요구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식재료의 다양화와 성장기에 필수적인 비타민 공급, 비만예방 등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적합한 과일공급이 제기됐다. 생산농가에 새로운 판로가 생긴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제 초등학교 돌봄교실 과일간식 공급예산이 확보됐고, 경기도는 내년부터 관내 어린이집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건강과일 공급사업을 확대했다. 경기도 친환경농업과 이문무 원예특작팀장은 “도의회 사업안이 통과되면 연말에 업체를 선정해 내년부터 현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을 기본으로, 경기도산 과일을 우선으로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농가도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과일공급은 사전 계약재배 및 안성에 있는 과실생산전문단지를 활용하고, 관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과일은 지역과 협약을 맺고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북구, 발전하는 무상급식·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
여기서 2012년부터 관내 초등학생에게 과일공급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 성북구의 상황을 눈여겨볼만 하다. 성북구는 2012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3년 19개 공립초등학교 전체 학생(병설 유치원 학생 포함)에게 확대 시행했다. 올해는 24개 공립초 2만여 학생들에게 월2회 과일을 공급하고 있다. 산지 직거래방식을 통해 약 8종의 과일이 공급되며, 공급되는 과일의 품위는 친환경과일(무농약 이상)로 정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당도도 좋고, 신선한 과일이 공급되다 보니 영양선생님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일공급에 들어가는 총 비용(2018년 약 1억 6,000만원)을 전액 성북구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당시 과일급식사업을 진행했던 이빈파 前성북구학교급식지원센터 센터장은 “무상급식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좀 더 발전하는 급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급식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과일공급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과일은 좋은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학교급식의 다양성도 강화하게 됐다. 전액 구비로 정하는데 있어 “아이들에게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공급과 안전한 관리체계 마련이 선결과제
과일은 기후와 작황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이 선결되어야 한다. 또한, 관내 생산지가 없는 경우, 생산지와 업무협약을 맺는 것도 필요하다. 이빈파 前 센터장은 “급식은 계획이다. 예산만 편성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학교급식에 요구되는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생산 및 전처리, 유통과 배송을 담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면서 지역 간 협약과정에서 꼼꼼하게 챙기고, 상호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설대표는 “과일이 공급되면서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실 인원에 비해 양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어 개선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수아동과 일반아동을 같이 수용하고 있는 김포고창어린이집의 심형순 영양사는 “일부 아동에게만 공급되던 과일이 전체 원생에게 공급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전체 원생에게 공급될 경우 지금처럼 큰 단위의 포장으로 와서 영양사가 배분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개별 포장 또는 인력 확충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