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이 처벌위주의 토양검사 강화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오염된 땅을 개선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인들이 친환경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정부가 친환경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사실과 관련, 친환경농업에 대한 토양검사를 더욱 강화하자 친환경농업인들은 토양시료채취를 기피하면서 정부 친환경 인증 관리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과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관원은 ‘공무집행 방해’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친환경농업인들 입장에서는 ‘수 십년간 관행농을 해왔던 토지에서 본인도 모르게 농약이 검출되고 있는 현실’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즉시 인증취소돼서 생산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가 끊기는 생존권이 박탈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궁여지책의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기농을 10년 이상 지속한 농가에서도 토양검사를 하면 농약이 검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농관원은 농약의 반감기나 휘발성 등 연구논문을 들이대면서 농가가 사용하지 않은 농약이 검출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만에 하나 본인 잘못이 아니라면 구제조치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작년 살충제 파동으로 산란계 농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키운 농가의 토양에서 과거 과수원 시절 살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 1970년경 판매가 중지된 DDT 성분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2014년 방영된 KBS 파노라마에서도 유기농을 10년 이상 지속한 20농가의 토양시료를 검사한 결과 18농가에서 농약이 검출됐다.

또한 구제조치규정관련해서도 인증기관이나 인증관리감독기관이 소극적 자세여서 구제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농가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농가들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토양시료채취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과거의 오염’을 근거로 ‘현재의 노력’을 처벌하지 않는다. 모 농관원의 토양시료 채취 담당자도 “유럽에서는 수치 중심의 잔류농약 검사는 하지 않는다”면서 “친환경농업인들을 독려하는 방식, 즉 과정중심의 관리감독방식”이라고 우리나라의 토양시료채취 방식의 제도개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